겨울이 다가왔다. 한 그루 나무 옆에서 작은 화롯불이 솔솔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었다. 아마도 그 불은 나그네들이 피우다 간 것이리라.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화롯불은 차츰 사그라들고 있었다. 불꽃을 살려낼 땔나무가 없었으므로 얼마 있지 않으면 불은 자연히 숨이 끊어질 참이었다. 자신의 죽음이 다가옴을 깨달은 그 불은 옆에 서있는 나무에게 말을 걸었다. “나뭇님, 한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요. 당신은 참으로 비참한 신세인 것 같군요. 당신은 잎이 한 장도 없이 그렇게 알 몸으로 있어도 춥지 않나요?” 나무는 화롯불에게 신세타령을 하듯 대답했다. “그러게 말이야. 나는 겨울에는 눈을 푹 쓰고 있어서 녹색 옷을 입을 수도 없고, 꽃을 피울 수도 없단다.” 화롯불이 나무에게 말했다.
“그렇군요. 그러면 나하고 친구가 되어요. 내가 도와줄게요. 나는 태양의 형제예요. 나는 겨울에 태양에게 지지 않는 기적을 일으키지요. 온실에게 물어보세요.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겨울에도 온실에서는 모든 식물이 꽃을 피우고 또 열매도 맺는답니다. 모든 식물이 불 덕분이라며 내게 감사하고 있지요. 또한 힘에 있어서도 나는 태양에게 결코 지지 않아요. 태양이 아무리 열심히 빛을 내려도 눈을 녹이지 못하고 그대로 서산 너머로 기울어져 잠자리에 들고 말잖아요? 하지만 내 주위를 보세요. 저렇게 눈이 모두 녹았지요. 그러니까 당신이 겨울에도 여름처럼 녹색 옷을 입고 싶다면 당신 집 안에 나를 묵도록 해 주세요.”
화롯불의 꼬임에 나무는 결국 넘어갔다. 그리하여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던 작은 불은 나무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나무는 순식간에 연기에 휩싸이게 되었고 결국은 새까맣게 타고 말았다. 한 여름이면 나그네들이 더위를 피해 찾아들던 나무의 그늘은 없어지고 불에 그을린 그루터기만 남아있을 뿐이다. 들어야 할 말이 있고 듣지 말아야 할 말이 있다. 세상의 유혹은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미련한 나무처럼 근사하게 들리고 그렇듯 하게 들리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도록 항상 깨어있는 삶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