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살리는 ‘월급의 조건’
시사저널 1999. 10. 28.
조직이 발전하려면 조직원들의 월급이 너무 많아서도, 너무 적어서도 안된다. 너무 많으면 한계 비용이 증가해 결국 조직 전체의 생산성이 떨어진다. 너무 적으면 조직원의 사기가 떨어져 역시 생산성을 낮춘다. 어디까지나 적당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박오수 교수(서울대․경영학)는 연구논문 ‘교수 처우의 현황과 과제’에서 효과적인 임금 관리에 필요한 다섯 요소를 정리했다. 첫째, 임금은 정당해야 한다. 임금이 정당하려면 생활 보장과 노동 대가, 두 가지 원칙을 충족해야 한다. 특히 생활을 보장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박교수는 ‘생활 보장이 안되면 조직원은 임무를 수행하기보다 수입을 확보하는 데 더 신경을 쓰게 되어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국민회의 김옥두의원이 일선 경찰 공무원 4백98명을 상대로 조사해 공개한 〈경찰 처우 실태 및 개선 방안을 위한 여론조사〉가 좋은 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뇌물 유혹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응답자의 48.7%가 ‘봉급만으로는 살 수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경찰 비리도 따지고 보면 낮은 보수에서 말미암는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임금은 근무 동기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 40년 매스로우가 발표한 ‘욕구 단계 이론’에 따르면, 인간에게는 5개 욕구가 단계 별로 있는데, 낮은 단계부터 꼽자면, 생리적 욕구 → 안정 욕구 → 소속감 욕구 → 자아 존중 욕구 → 자아실현 욕구 순이다. 그런데 임금을 낮은 욕구부터 충족시켜 주어야 높은 욕구로 발전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동기 부여와 관련해 또 한 가지 중요한 이론은 허즈버그의 ‘2 요인 이론’이다.
그에 따르면, 임금이나 작업 조건 같은 ‘위생 요인(불만족 요인)’은 기본적으로 충족되어야 하는 욕구이다. 그러나 이것이 충족되더라도 만족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불만족을 해소해 줄 따름이다. 위생 요인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다른 어떤 ‘동기 요인(만족 요인)’이 주어져도 조직원의 동기를 유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셋째, 임금은 공정해야 한다. 조직원이 조직내부와 외부에서 비슷한 조건을 갖춘 사람과 자신을 비교했을 때 공정한 임금을 받고 있다고 느껴야 한다. 공정성은 효과적인 임금 관리에서 특히 중요하다. 공정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할 때 조직원은 매우 불만족스러워하며, 직무를 수행하고자 하는 열의도 현저히 떨어진다.
박오수 교수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대 교수들은 사립 대학 교수들, 또는 직업이 다르지만 유사한 학력이 필요한 의사․변호사․회계사․전문 연구원 등에 비해 공정하지 못한 임금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불공정한 임금이 개선되지 않으면, 조직원 중 일부는 직장을 옮기는 방식으로 상황을 개선하려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능한 인재를 외부에서 영입하기도 곤란하다. 결국 불공정한 임금은 장기적으로 조직 발전을 해치는 요인이 된다.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에서 삼성증권 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긴 이형승 부장도 “공무원 보수 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일을 많이 하든 적게 하든, 일이 중요하든 그렇지 않든 별로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차별성이야말로 공정성의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다. 연봉제가 확산되면서 한국의 기업 풍토도 차별화 추세로 가고 있다. 넷째, 임금은 만족스러워야 한다. 조직원은 노동한 대가로 받은 임금이 얼마나 공정한지 고려하여 최종적으로 만족스러워하거나 불만족스러워한다. 만족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에 따라 노동의 질도 오르락내리락한다. 다섯째, 임금은 강화되어야 한다. 조직원이 직무에서 좋은 성과를 올렸을 때 이를 보상하여 계속 좋은 성과를 올리도록 유도해야 하는 것이다. 예전 같으면 보너스 말고 별다른 임금 강화 수단이 없었지만, 요즘에는 그 방식이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샐러리맨의 ‘보약’, 인센티브 제도
우선 우리 사주 의무 보유 기간이 대폭 감축되는가 하면, 97년에 도입된 스톡옵션도 널리 보급되고 있다. LG전자를 예로 들자면, 우리 사주와 스톡옵션에 사인온보너스(Sign-on Bonus; 유능한 직원을 스카우트할 때 임금 외에 얹어주는 보상금)․특별 연봉 조정․개인 성과급․리프레쉬 휴가 등 다양한 인센티브 임금 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반도체 장비를 제작하는 초우량 중소기업 미래산업은, 대기업에 버금가는 임금 말고도 무이자 대출(3천만 원 한도), 본인을 포함한 가족 의료비 지원, 본인 및 부양가족 교육비 지원 등 다양한 직원 복지 사업을 실시해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정문술 사장의 경영 철학은 ‘종업원들을 부자로 만들겠다’는 것. 회사 직원의 65%를 차지하는 연구원들이 밤늦게까지 일에 몰두하기 일쑤여서, 회사가 아예 연구소에 침대를 사다 놓았을 정도이다. 피앤이컨설팅 홍승녀 대표는 ‘급여란, 직원의 과거를 보상하고, 현재를 유지하며,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체계가 바뀌고 지급 방식도 다양해지지만 임금의 기본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월급 받는 날, 절로 힘이 솟아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