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용돈관리 “달라는 대로 줄 수도 없고…”
사람과 사회 1999. 10. 1.
송파구 삼선동에 사는 주부 김선미 씨는 얼마 전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이 자신의 지갑에서 몰래 돈을 꺼내는 장면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며칠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5백 원만 달라고 졸라대는 아이의 말을 무시했더니 이 같은 결과가 빚어졌던 것. 『매번 달래는 대로 줄 수도 없고, 계속해서 거절하면 어긋난 방향으로 나갈 것 같아 조심하긴 했는데 설마 엄마 지갑에 손을 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부모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이 손을 내밀 때마다 돈을 주어야 할지, 아니면 아이가 돈에 대한 개념을 익힐 수 있는 나이가 될 때까지 돈에 대해 일체 모르도록 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이 된다. 아이들에게는 돈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도 중요하지만 돈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효과적으로 쓸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
돈에 대한 개념과 태도가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얻어질 때 아이들은 건전한 경제생활을 이어 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보통 세 살까지는 돈에 대한 개념이 생기지 않고 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이 시기에는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부모의 손을 거쳐 주어지기 때문에 돈의 개념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어렸을 때에도 저금통에 동전을 저금하는 습관을 키워주면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 효과를 거둘 수 있다. 10원짜리, 1백 원짜리 동전을 저금통에 넣는 일을 놀이처럼 느끼고 재미있게 인식시켜 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저축의 의미를 알아서라기보다는 동전을 저금통에 넣는 행위와 동전을 넣을 때의 소리, 그리고 저금통의 무게를 느끼고 흔들어보는 재미 때문에 자연스럽게 저축을 습관화하게 된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돈은 저금통에 넣는 것이 아닌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초등학생이 되면 엄마에게 돈을 요구하고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사겠다고 주장한다. 이 시기가 용돈관리를 통해 자녀에게 경제관념을 가르쳐야 할 중요한 시기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돈을 소중한 존재로 인식시켜야 한다. 돈을 아무리 적은 액수라도 그냥 생기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땀 흘려 일한 대가임을 인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물질적인 풍요로 아이들이 원하는 물건을 조를 때마다 사주는 경우도 흔하다. 그러나 무엇이든 조르기만 하면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아이들의 의존심만 길러주는 결과를 낳는다. 떼쓴다고 무조건 사줄 것이 아니라 돈과 땀과의 관계를 구체적으로 연결시켜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잇다. 갖고 싶은 물건이라도 참고 인내하고 필요성이 인정될 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물건을 충동적으로 구입하지 않고 꼼꼼히 따져서 선택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예를 들어 학용품을 살 때에는 크기, 색깔, 모양, 가격 등을 비교해 결정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는 한정돼 있으므로 학용품 중 무엇이 더 필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해서 꼭 필요한 품목만을 구입하도록 습관을 들인다. 용돈의 액수는 아이의 연령에 맞게 지급해야 한다. 용돈의 액수는 아이의 생활규모와 관리능력을 고려하여 자녀와 의논하여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라면 얼마간의 용돈을 주고 그 액수가 적당한지 아이가 스스로 운영해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한다. 아이에게 일정액의 용돈을, 일정기간 준다면 그 돈은 아이의 것임을 부모가 인정해야 한다. 용돈을 지급한 후 계속적으로 간섭을 하면 아이는 돈을 관리하면서 아끼고 규모 있게 쓰고자 하는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아이들이 자율적으로 용돈을 관리하도록 지도하려면 지나친 간섭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적은 용돈을 자유로이 쓰고 갖고 싶은 물건을 위해 저축도 해보는 습성을 길러 주는 것이 좋다. 또 은행에 자녀의 이름으로 예금계좌를 개설하고 저축하는 방법을 직접 가르쳐 주는 일도 필요하다. 어릴 때부터 은행에 데리고 다니면서 은행과 친숙해질 수 있도록 한다. 아이들에게 종종 용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집안일 중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놓고 아이들이 용돈을 타서 쓴 것 이외에 용돈을 더 벌 수 있도록 집안일에 참여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용돈을 전혀 주지 않았을 경우 아이들은 부모에게 불필요한 거짓말을 하거나 친구들에게 빌릴 수도 있다. 아이들도 최소한의 용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