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절기 비위 약한 사람들 ‘늘 피곤’
경향신문 1999. 9. 20.
일교차가 심해지는 요즘 하는 일 없이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피곤한 대로 정상생활을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일상생활을 포기한 채 몸져눕는 극한상황까지 일어난다. 만성피로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경희대 한의대 한방내과 류기원 교수는 『한의학적으로 볼 때 만성피로는 허로(虛勞)와 노권상(勞倦傷)에 속한다』고 말한다. 허로나 노권상의 원인은 소화기의 기능이 약해 영양분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비위허약(脾胃虛弱)과 기의 순환을 주관하는 폐와 신장의 기능이 좋지 않은 폐신양허(肺腎兩虛), 그리고 육음(六淫)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비위허약은 소화기능을 담당해 주는 주기관인 비장과 위장의 기능이 약해진 상태를 말하고 폐신양허는 기의 순환과 전신의 온랭을 조절하는 폐와 신장이 모두 약한 상태이다. 또 육음은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 등의 여섯 가지 외부환경조건 때문이다. 이같은 기운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모자라는 경우에는 몸에 영향을 미쳐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밖에 무절제한 생활이나 정신적인 과로 등도 허로와 노권상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류교수에 따르면 피로해소를 위해서는 적당한 수면, 고른 영양섭취, 목욕, 가벼운 운동이나 레크리에이션, 긍정적인 사고 등이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으로도 피로가 가시지 않고 만성화된 상태로 남아 있다면 만성피로로 의사의 진찰이 필요하다.
한방적인 관점에서 피로는 선천적으로 기운이 부족한 사람에게 많이 나타나며 비위(脾胃) 기운이 약한 사람에게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치료방법으로는 부족한 양기나 장기의 기운을 보호해 주는 약물을 사용해야 한다. 피로를 풀어주는 한방요법으로는 경혈을 이용한 3분 지압요법이 있다. 경혈이란 침을 놓는 자극점이다. 우선 목 뒷부분의 등뼈를 손으로 짚어보자. 등뼈 목덜미 첫 번째부터 왼쪽과 오른쪽 양쪽으로 3㎝ 떨어진 부위에서 아래쪽으로 눌러가면 피로가 풀리게 된다. 이것은 우리 몸 내부의장기인 오장육부의 기능적인 반응점이 모두 등 쪽에 있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등을 지압하고 눈가의 관자놀이와 귀 뒤의 오목한 부위를 지그시 눌러 지압해 주면 얼마간 피로와 두통이 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