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에 취한 콜라텍
스포츠조선 1999. 9. 16.
청소년 탈선 무풍지대... 음료수 마시며 춤 즐기는 본래 의미 변질
‘콜라텍엔 콜라가 없다?’ 콜라 등 음료수만 마시면서 춤을 추는 곳으로 알려진 ‘콜라텍’이 변칙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청소년 탈선을 조장한다는 비난의 여론이 높다. 몇 달 전 서울에서 처음으로 콜라텍을 연 송파구의 한 업주는 “사명감을 갖고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기여하겠다며”며 영업을 시작했지만 그 후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20여 개의 업소는 ‘사명감’을 잊은 채 돈벌이에 급급, 청소년을 탈선의 현장으로 내몰고 있다. 콜라 등 무알코올 음료만 팔면서 청소년의 들끓는 정열을 맘껏 발산시키는 공간을 마련하겠다고 시작한 콜라텍들이 버젓이 칵테일, 소주, 맥주, 양주 등 성인용 음료를 팔면서 담배까지 거래하고 있어 청소년 탈선의 또 다른 사각지대로 등장한 것.
지난 14일 오후 10시 서울 은평구 연신내 D 콜라텍. 지하 100여 평 규모인 이곳에는 무대가 중앙에 마련돼 있고 사이키델릭 한 조명이 휘황찬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실내에는 20여 명의 남녀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뤄 뭔가 쪽지를 돌리고 있었다. 남자 고교생과 여자 중학생 사이에 미팅을 만들어주는 쪽지였다. 기다리는 중간에 소주를 마시는 남자 고교생, 담배를 꼬나문 여중생…. 오히려 시끄러운 음악 속에 청소년들은 술에 취한 채 괴성을 지르고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7월 1일 자료 청소년 보호 관련업무가 경찰에서 시와 자치구로 넘어옴에 따라 14일 청소년 보호대책 추진본부를 구성하고 적극적인 청소년 보호활동을 펴기로 했다. 하지만 콜라텍을 단속할만한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게 문제. 서울 명동의 한 콜라텍에서 만난 여중 3학년인 C모양(15)은 “그냥 그런 곳이 있어서 놀뿐 무슨 문제가 되는지는 모르겠다”는 반응. 업소 주인 또한 마찬가지 반응이다.
“다른 데서 술과 담배를 팔아서 영업이 잘 된다면 할 수 없이 그렇게 따라가야 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콜라텍은 최근에 생겼기 때문에 대부분의 성인들에게 낯선 단어로 통한다. 국무총리실 산하 청소년 장은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영업만 앞세운 상혼이 문제”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