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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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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뿅” 신종마약 판친다

 

뉴스플러스 1999. 9. 23. 

 

‘값싸고 먹기 좋고 효과도 만점’이라는 신종마약이 판치고 있다. 주로 알약 형태로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신종마약이 국내에 대량 유통되면서 으레 마약 하면 1회용 주사기로 팔뚝에 히로뽕을 투약하거나 대마초를 피우는 모습을 떠올렸던 고정관념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98년 이후 수사기관에 적발된 신종마약은 MDMA(메틸디옥시메스암페타민), 태국산 ‘야바’, 살 빼는 약 ‘분불납명편’(펜플루라민), 프로폭시펜, 태국산 ‘카트’ 등 6, 7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신종마약의 특징은 무엇보다 알약 형태로 제조돼 사용하기가 쉽고 일반 의약품과도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 따라서 세관에서 적발하기가 어려운 데다 일반인들은 마약이라는 경각심을 갖기 어려워 쉽게 손을 대게 된다고 한다.

 

태국 중국 등서 밀수 … 일반 약과 구별 안돼

지난 7월 말 인천의 밀수조직이 62 만정(7000명이 1개월 동안 복용할 수 있는 분량)을 중국에서 밀반입하려다 서울지검 강력부에 적발된 ‘분불납명편’은 운동하거나 식사량을 줄이지 않고도 저절로 살이 빠지는 비만특효약으로 알려져 주부들 사이에서 알음알음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신종마약. 지난해부터 중국을 드나드는 보따리장수들에 의해 소규모로 밀반입돼 이번 단속 이전까지는 서울 남대문 시장 수입상가 등지에서 공공연하게 판매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비만 고혈압 당뇨치료제로 개발된 분불납명편은 중국 현지에서는 약국에서 쉽게 살 수 있고 가격도 20mg짜리 알약 60정들이 1세트(20일분)가 3000원 정도에 불과해 중국 관광객들이 선물용으로 사 오다가 통관과정에서 압수당하는 사례도 많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분불납명편은 히로뽕과 비슷한 성분으로 식욕을 억제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복용을 중단하면 곧바로 다시 살이 찌는 등 결국에는 살빼는 효과가 없다고 한다. 오히려 살 빼는 데 집착해 장기간 많은 양을 복용했을 때는 정신질환을 일으키거나 심하면 사망하는 일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마약분석과 김은미실장은 “4, 5년 전 분불납명편처럼 펜플루라민 성분이 함유된 살 빼는 약을 과다복용해 정신질환을 일으킨 주부가 자식을 살해한 사례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북부경찰서에 의해 처음으로 적발된 MDMA 역시 알약 형태로 제조된 신종마약. 가격은 싸면서도 환각작용은 히로뽕보다 3, 4배 더 강하며 약식소변검사로는 투약 사실을 확인하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로뽕과 유사한 화학적 구조를 가진 합성마약인 MDMA는 이미 2, 3년전부터 호주 독일 영국 등 서구에서는 ‘엑스터시’라는 이름으로 유행했는데 이번에 국내에 밀반입된 것은 캄보디아에서 ‘파라다이스’라는 상품명으로 제조된 것이었다. 경찰조사 과정에서 밀반입 혐의자들은 지난 2월 초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4000정을 구입해 담뱃갑 속에 몰래 들여왔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이 이미 일곱 차례나 캄보디아를 드나든 사실에 비춰 국내에서 상당량이 유통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더욱이 히로뽕 1회 투약량의 3배 분량인 MDMA 한 알의 암거래 가격이 4만~15만 원으로 히로뽕(1회 투약량 8만~10만 원)에 비해 훨씬 싸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마약으로 꼽히고 있다.

 

살 빼는 약으로 둔갑… 정신질환 유발도

지난해 9월 서울지검 강력부에 적발돼 국내유통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태국산 ‘야바’(Yaba)는 동남아시아에서 대유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신종마약이다. 히로뽕 가루에 카페인과 파우더 색소 등을 첨가해 알약이나 캡슐 형태로 만들어진 야바는 마약밀매조직인 ‘쿤사’에 의해 가루형태로 생산된 뒤 태국 등지에서 알약이나 캡슐로 대량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캡슐 한 알(20mg)의 가격이 태국 현지에서 2000~3000원에 불과한 데다 대개 의약품으로 위장돼 있어 국내로 대량 반입됐을 경우 순식간에 시장을 석권할 수 있을 정도여서 수사당국이 상당히 경계하는 마약이다. 이밖에 종이에 마약성분을 침착시킨 탓에 세관에서 적발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인 LSD는 우표처럼 한 장씩 떼어내 혀에 붙인 뒤 빨아먹는 마약.

 

또 히로뽕과 같은 성분의 케치논이 함유된 태국산 ‘카트’(Khat)는 태국과 예멘 등지에서 경작하는 식물로 껌처럼 씹어먹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신종마약이 기승을 부리는 것은 세계 각국 수사기관간의 공조체제가 강화되면서 마약밀매조직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마약을 개발해 시장을 개척하려는 시도라는 게 수사당국의 평가다. 또 대체로 신종마약이 값이 싸고 사용이 간편하다는 점에서 ‘박리다매’를 노린 새로운 마케팅전략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마약류 범죄지수를 나타내는 인구 10만 명당 마약사범 수로 비교할 때 한국은 미국의 420명, 영국 161명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은 18명. 그런 점에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공급초과현상을 빚고 있는 신종마약이 노리고 있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