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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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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세대 TV공개구혼 ‘사랑의 짝짓기’

 

 경향신문 1999. 9. 10.

 

‘넌 내꺼야’ 당당한 애정 고백하는 신세대

『너는 내꺼야. 찜했어』 TV에 출연해 당당히 사랑을 고백하는 신세대들. 이들은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찜한 사람을 찾아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는가 하면 여러 사람이 보는 수많은 시청자가 지켜보는 앞에서 첫 프러포즈를 즐긴다. 심지어 한번 만난 이성에게 즉석 구혼하는 「결혼할까요」 코너까지 생겨났다. 드라마에서도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하듯 몇 번 보지 않은 나이 많은 남자에게 「아저씬 내꺼야, 찜했어」라며 당돌하게 말하는 신세대여성 묘사가 자주 등장한다. 요금 TV에서 유행하고 있는 「짝짓기」프로그램들은 이들 「찜세대」의 무대경연장인 셈이다.「남희석 이휘재의 멋진 만남」, 「기분 좋은 밤」의「결혼할까요」(SBS),「이브의 성」,「사랑의 스튜디오」(MBC),「자유선언 오늘은 토요일」의 「서바이벌 미팅」(KBS 2TV) 등 「짝짓기」 프로그램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출연하려는 신청자들의 경쟁도 만만치 않다. 편지와 PC통신을 통해 구구절절이 사연을 보내거나 PD와 작가에게 로비성 전화공세를 퍼붓기도 한다. 「멋진 만남」의 신설코너 청춘의 찜」에는 현재 200여명이 출연을 기다리고 있고 남희석․이휘재 중 한 명을 찜하는 「못 말리는 데이트」에는 매주 70여 명이 신청해 희망자가 1,800여 명을 넘어섰다. 「이브의 성」의 「러브 트레인」에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20대 후반 직장인까지 신청해놓고 있다. 이중 고등학생이 60%를 차지한다. 「멋진 만남」의 하승보 PD(37)는 『처음에는 신청자가 없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지금은 출연하려는 사람들 등쌀에 시달릴 정도』라며 『세상이 이렇게 많이 변했는지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찜세대」의 특징으로는 카메라에 거부감이 없고 은밀히 이루어져야할 데이트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는 대담성, 여러 사람 앞에 자신을 보이려는 욕구 등을 들 수 있다. 「청춘의 찜」을 통해서는 여자가 남자를 찜하는 세태변화를 읽을 수 있다. 94년 이들 프로의 원조격인 「사랑의 스튜디오」가 첫 방송될 당시만 해도 시청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청춘의 찜」을 통해서는 여자가 남자를 찜하는 세태변화를 읽을 수 있다. 94년 이들 프로의 원조격인 「사랑의 스튜디오」가 첫 방송될 당시만 해도 시청자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좋아하는 사람을 직접 선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신이 선택되지 않은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젊은이들 태도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랑의 스튜디오」는 요즘 「찜세대」에 비하면 고전에 속한다. 이 같은 성개방적인 프로그램은 일본대중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에서는 이미 10여년전부터 「짝짓기」 프로그램이 유행했다. 후지 TV의 「네루톤 베니구지라단」이 원조격이다. 중․고등학교 축제와 직장에서는 방송 형식을 흉내내는 현상이 유행처럼 퍼져나가기도 했다. 일본 미디어문화 전문가 백성수씨(36)는 『최근 일본에서는 컴퓨터에 입력된 남자의 신상자료를 보고 여자가 데이트 상대를 고르는 방송코너가 등장했다』며 『대부분 버라이어티 쇼에는 국내와 비슷한 「짝짓기 코너」가 양념처럼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5~6년 전 한차례 유행이 지나갔다고 덧붙였다. 「이브의 성」 작가 김명정 씨(27)는 『찜세대에게 남녀 교제는 과거처럼 은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대가 없는 사람이 왕따 될 만큼 공개적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불과 30초만에 상대방 프러포즈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의 주시청자 역시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찜세대」로 남녀 간의 만남을 하나의 레크리에이션으로 여기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씨는 『최근 젊은 환자들 중에는 방송에 출연하고 싶은 욕구로 현실생활에 적응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심리에 덧붙여 현대 사회의 특성인 영속성의 부재가 남녀 간의 사랑이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친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짝짓기」 과정에서 누군가 거절되는 상황을 보며 쾌감을 느끼는 가학적인 성향의 5 청자들이 이들 프로의 인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