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늘고 젊은이는 줄고 부자나라 ‘은빛 고민’
뉴스플러스 1999. 9. 9.
50년의 세계는 ‘은빛’을 띠게 될까. 전 세계적으로 출생률은 감소하고 은퇴한 노년인구가 늘어나는 시대다. 최근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부유한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사회보장제도의 정비와 노동인구 수혈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장기적으로 이런 고민은 우리에게도 ‘강 건너 불’이 아닌 현실의 문제가 되리란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전 세계적으로 레저와 가족, 노년과 지위에 대한 문화 사회적 태도들이 변화하면서 국가정책 입안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힘들게 벌어 위엄 있고 쾌적한 은퇴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은 어디서나 공통적인 것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런 퇴직자의 증가가 각 국가들의 경제적 필요와 부합하느냐이다. 유럽처럼 인구가 감소하고 노령화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60세 이전에 은퇴해 20년 이상 더 사는 사회에서는 특히 문제가 된다. 감량과 구조개편이라는 명목으로 퇴직을 강요했던 분위기는 연금문제 부담과 함께 사라지는 추세다. “우리는 실질적인 인구 변화에 직면해 있고, 이는 다음 세대에 개발된 국가(선진국)들의 정치경제체제를 바꿔놓을 수 있다”라고 국제 경제학연구소장 피터 피터슨은 주장했다. 조기퇴직이 이미 선진국의 생산성과 창의성, 심지어 전반적인 경제의 건강성마저 침식해 들어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 인도 등 가난한 나라선 ‘사회보장 고민’
아시아 지역에서 싱가포르는 앞으로 30년 내에 60세 이상 인구 비율이 현재의 10%에서 26%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퇴직 연령을 62세에서 67세로 연장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싱가포르인들은 적립한 퇴직 연금을 55세에 받을 수 있게 돼 있고, 상당수가 그렇게 한다고 전직 의원인 칸왈 지트 소인 박사는 말했다. 싱가포르의 생활수준은 남유럽의 그것과 견줄 정도로 높아 퇴직자들은 장기 항해여행이나 휴가를 즐긴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기술을 가진 외국인들에게 이민을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바꿨고, 대부분 아시아 빈국 출신인 단순노동자들에게는 제한된 기간에 입국해 일하도록 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해외 노동력 수입 대신 고용기간을 늘리는 매우 ‘공격 적인’ 정책을 쓰고 있다. 일정 비율의 고령 노동자들을 두는 회사 들에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준다. 또 고령 노동자들은 은퇴했다가도 같은 회사에 보다 낮은 직함이나 직급을 받고 재고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일하고 있는 제3세계에서는 은퇴란 매우 복합적인 문제다. 유엔 인구분과에서 수행한 은퇴연령 조사에 따르면, 가난한 나라들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나 몇몇 남아시아 국가에서 은퇴 연령이 오히려 낮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연금이나 다른 혜택, 사회보장제도나 의료보호계획 같은 게 갖춰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또 낮은 퇴직연령은 평균수명이 짧거나 젊은 노동인구의 압박이 큰 때문이기도 하다.
인도에는 매년 수백만 명에 달하는 젊은 취업대기 인구들이 있다. 반면 나이 든 사람들은 수명이 길어져 은퇴프로그램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1947년 독립 이후 인도 정부는 39세에서 63세로 평균수명을 끌어올렸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젊은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 경험 많은 외교관들이나 핵심 관료들을 거리로 내몰면서 공무원 퇴직연령을 58세로 묶어두었다. 이제 그것은 60세로 높아졌다. “인도나 중국 같은 나라에서, 사람들은 이제 자식에게 의존할 수도 없고, 그러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라고 국제사회보장연합의 달머 호스킨스 사무총장은 말했다. 이래저래 정부나 기업 등의 조치를 기다리는 은퇴자의 행렬은 세계 곳곳에서 점점 길어지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