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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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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먹는다

 

뉴스메이커 1999. 9. 9. 

 

미국인 먹는 행태 큰 변화길거리는 물론 성당교실까지 먹는 행위 묵인

요즘의 미국인들은 음식물을 언제 어디서든 먹어 치운다. 미국인들은 먹는 일에 관한 한 차 안에서든 도로 위에서든 벤치에서든 축구장에서든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이제 먹는 행동을 하는 경우 예전처럼 품위 있게 정식으로 앉아서 먹어야 하는 속박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들의 먹는 행태에 관한 기사가 미 뉴욕타임스의 최근호에 실렸다. 미국인 기자가 자국인의 먹는 행태의 미묘한 변화를 진단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고 있다. 최근 일요일 미국의 한 성당의 모습을 보자. 어린이들은 성당에서 예배를 보는 동안에도 과자를 먹고 콜라를 마시고 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또 어른들은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즐기면서도 팝콘을 먹고 있다. 각급 학교 당국은 예전에는 교실에서 껌을 씹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그러나 요즘의 학생들은 껌은 물론 도넛, 캔디까지 교실에 갖고 와서 먹는다. 학교의 교사들은 아이들의 이 같은 먹는 행태에 항복했다고 한다.

 

이제는 이런 금지 사항을 준수하라고 말도 하지 않다. 미 노스웨스턴 대학의 마케팅 담당 교수 보비 캘더는 소비자들은 이제 먹는 행동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먹는 행동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먹는 행동은 다른 일을 하면서 동시에 해야 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캘더 교수는 사람들은 이제 멀티 - 태스킹을 통해 시간을 절약하려 한다. 단순히 앉아서 먹지 않고, 일하면서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먹거나 운전을 하면서 먹는다 “고 지적했다. 이런 먹기 문화 때문에 간단한 식사 장소로 가장 선호되는 자동차는 움직이는 식당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미국 사람들은 자동차 앞뒤의 컵 홀더에 뭔가 먹는 것이 있어야 운전을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할 정도다. 실내 앞부분에 냉장시설을 특별히 갖춘 승용차들도 등장했다. 앞으로 수개월 내에 한국의 한 회사는 승용차 및 미니밴에 장착할 마이크로웨이브오븐을 미국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마이크로웨이브는 담뱃불을 붙이는 라이터 구멍에 연결해 사용될 것이다.

 

먹는 행위가 레크리에이션으로 변해

미 맨해튼의 마케팅 조사기관인 로퍼스타치 월드와이드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 중 간식 없이 아침 점심 저녁의 3끼 식사만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크게 줄었다. 지난 85년에는 33%에서 96년에는 24%로 줄어들었다. 끼니 외에 다른 것을 먹는 사람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얘기다. 조사를 해 보면 대다수의 미국인은 여전히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편의점이나 식료품 가게를 가보아도 이들 점포의 매장은 갖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음식’(portable food)으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그 점유 면적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폴 존슨은 뭔가 씹을 것이 없으면 불안해진다”라고 말했다. 그는 편의점에서 지방분 없는 과자와 차가운 음료수를 준비해 사무실에 비치해 두었다.

 

존슨은 먹을 것이 옆에 없을 경우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담배가 없을 때 느끼는 공허한 감정을 가진다”라고 말했다. 보건전문가들은 최근 간식 먹기가 증가하면서 미국인들의 비만 및 체중 과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건강연구원(NIH)의 관계자는 미국인 중 52%가 체중 과다 상태에 있으며 이것은 지금껏 가장 높은 수치라고 밝혔다. 시카고에 사는 영양학자 린다 밴혼은 먹는 행위는 이제 레크리에이션 활동으로 변했다면서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비만증이 유행병처럼 확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배고픔 때문에 간식을 먹는 것은 분명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그녀는 간식은 마치 인형을 가지는 것처럼 정신적 위안을 주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이 집 밖에서 먹기 시작한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잡지 <뉴요커>의 만화가 솔 스타인버거는 사람들이 운전도중 먹는 것을 여러 차례 비꼬았다. 그러나 요즘 미국인의 먹는 행태는 좀 유별나다. 식품업계의 인사들은 지난 수년간에 걸쳐 간식이 주식처럼 변했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등 가게들은 막대기형 빵이나 포장된 타코(멕시코식 샌드위치)등 한 손으로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늘려 출고했다. 워싱턴 소재 식료품 마케팅 연구원의 토드 헐트퀴스트 대변인은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고 아이들의 생활마저 빡빡해져 먹는 습관이 바뀌었다”라고 진단했다헐트퀴스트는 우리는 이제 저녁 식사를 준비하느라 매일 두 시간씩 소비하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 없다”라고 말했다. 요즘의 패스트푸드 식당들은 승용차 탑승객이 차에 탄 채 구입해 가는 식품이 매출 가운데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맥도널드 가게들은 승용차 컴 홀더에 끼워질 수 있도록 플라스틱을 포장한 맥샐러드 셰이커를 시판하고 있다.

 

이것은 고객이 드레싱을 넣고 흔든 다음 긴 포크로 먹도록 돼 있다. 잡지 음식예술의 편집자 마이클 배터베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아무 데서나 먹는 행태는 미네랄워터가 출현하면서 시작됐다는 것이다. 배터베리는 지난 80년대 여피족들이 물병을 들고 다니면서 시작됐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물병을 들고 다니며 물을 마시는 모습이 나타나면서 아무 데서나 먹는 형태도 추첨했다는 주장이다일부의 사무실에서는 책상 및 칸막이 방에 칩, 과일, 케이크 등이 있어서 마치 작은 주방 같은 느낌을 준다. 이들 먹을 것은 전화나 컴퓨터 키보드 인근에 있다. 또한 음식은 거의 모든 모임에 필수품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하루종일 먹는 일이 나타나자 회사원들은 사무실을 떠나 옛날처럼 사업상 점심 식사(비즈니스 런치)를 하는 일이 거의 사라졌다.

 

물병 들고 다니기에서 시작된 문화

정숙하기로 유명한 미국의 도서관들도 이제는 잡담자들을 경고하고 군것질하는 사람을 쫓아내는 일을 포기했다. 도서관들은 아예 자발적으로 거대한 거사의 한 구석에 커피를 팔고 있다. 일부 영화관들은 샌드위치, 훈제연어, 팝콘등을 팔고 있다. 미국의 계열사 서점인 ‘보더스 앤 반스 앤 노블이 성공한 것은 스낵과 커피를 함께 팔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본받아 가구점인 이케아(Ikea)'는 간이식당을 섬 내에 열어 동시 영업을 하고 있다. 미국 사람들은 요즘 잠시만 모여도 간식을 제공한다. 거의 모든 청소년 축구나 야구 경기에서 학부모는 아이들을 위해 캔디, 과자, 소다 등 간식거리를 가져온다. 운동이 끝나도 간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기는 것은 당연시된다. 일부 부모는 이것도 모자라 자녀를 경기장에 보낼 때 아예 먹을 것과 마실 것을 함께 싸서 보낸다.

 

어느 사회학자는 성당의 예배당에서도 간식을 먹는다는 것은 사람들이 잠시라도 자신의 욕구를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됐음을 의미한다.”라고 해석했다. 적어도 예배 시간은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시카고 대교구의 한 수녀는 성인들은 자녀의 간식용을 위해 시리얼을 봉지에 넣어 성당에 온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것을 먹고 난 다음에는 봉투를 자리에 남겨두고 나간다는 것이다. 이 수녀는 명상을 하려는 장소에서 부스러기 과자는 큰 장애물이다.”라고 말했다. 축구 선수를 자녀로 둔 영양학자 밴 혼은 젊은 운동선수들에게 간식으로 너무나 많은 음식물을 먹이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초등학교 23학년 아동이 비만에 빠지면 축적된 살을 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밴 혼은 운동을 하는 자녀들에게 필요한 유일한 음식은 물뿐이다.”라고 역설했다.

 

그녀의 제의를 계기로 이 축구팀은 간식거리를 캔디 및 칩에서 과일로 바꿨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이 팀의 무든 축구선수들이 찬성하지는 않았다. 밴 혼은 이들 청소년이 영양학자니까 이런 변화를 제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예부터 음식은 앉은자리에서 말하지 않으면서 점잖게 먹는 것을 예의로 지켜왔다. 그러나 요즘 들어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장면도 간혹 눈에 띈다. 미국인들은 혼자서 점심식사를 하는 경우 햄버거나 빵을 사무실에 가져와 먹고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흔하다. 미국의 택시운전자는 운전을 하면서 빵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먹는 형태의 비교 고찰, 이것은 비교 문화의 기초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