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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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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는 정녕 부활했는가

 

시사저널 1999. 9. 2.

 

영국 성공회 대주교 레니엄 메시지’ 파문… 신앙의 실체교회 역할 등에 문제 제기

 일찍이 1세기 중반 사도 바울이 신약 <고린도 전서>에서 주장한 대로 예수의 부활은 기독교 교리의 핵심이며, 이를 전적으로 믿는 것이 기독교 신앙의 생명이라고 간주되어 왔다. 이 기독교 교리의 토대를 뿌리째 뒤흔드는 주장이 제기되어 최근 영국 기독교 교단과 사회, 정치권에까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파문의 진원지는 바로 지난 수세기 동안 영국인들의 영적 및 신앙생활을 돌보아 온 영국 국교 성공회(The Church of England). 더구나 문제를 제기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성공회의 최고 성직자 조지 케리 캔터베리 대주교여서 충격의 파장은 더욱 크다. 예수 부활에 관한 케리 대주교의 언급은 성공회가 올해 말에 영국 기독교인들에게 보낼 밀레니엄 메시지; 예수 2000에 포함되어 있다. 책자의 공식 배포를 수개월이나 앞두고 대주교의 발언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새 밀레니엄을 맞는 성공회의 진로와 핵심 교리 해석을 둘러싼 교단 자체의 내부 갈등과 분열에서 비롯된다.

 

성공회 내 3개 지파 가운데 가장 체제 보수적인 하이 처치 그룹의 국교신봉주의자들이 먼저 공격하고 나선 것은 예수 부활에 관한 케리 대주교의 견해다. 케리 대주교는 밀레니엄 메시지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하나님이 예수를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다시 살리셨다는 것을 전적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이 같은 믿음과 확신은 인간의 경험에 상반되는 것이며, 우리의 본능은 모든 것에 먼저 의심을 품고 보는 불신이다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그는 예수 부활에 관한 자신의 믿음과 확신조차도 오랜 세월 동안의 고통스러운 시련과 끊임없는 연단을 거쳐 얻어진 신앙임을 솔직히 고백했다. 성공회 내 복음주의 개혁 세력에 속한 케리 대주교의 견해는 전체적인 문맥으로 볼 때 신약 성경의 복음서에 기록된 대부분의 사실들은 다른 역사적 자료와 문헌에 의해 고증되고 확인되지만, 부활만은 역사적경험적으로 증명될 수 없음을 과감하게 시인한 것이라고 영국의 언론들은 풀이하고 있다.

 

위선적 정치인들에 대한 경종

90년대 들어 교리 재해석과 교회 개혁을 부르짖는 자유적 복음주의 세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성공회 내 강경 보수파를 비롯해 전통 카톨릭계와 일부 신교계의 비판과 공격 또한 거세다. 성공회 산하 보수주의파 조직 기도서 연구회(The Prayer Book Society) 부회장이자 노동당 소속 상원의 원인 글레나 마라 경은 친구인 케리 대주교를 평소에 존경하지만, 나는 그가 부활을 부정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예수의 부활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라고 비판했다. 북아일랜드의 신교도파 민주연합당 당수이자 자유 장로 교회 목사 이안 패이슬리 하원의원은 부활 없이는 구원과 성경은 물론 기독교 자체도 아예 없다. 만약 케리 대주교가 부활을 의심하는 사람들을 옹호한다면 그는 당장 사임해야 한다라고 몰아붙였다. 케리 대주교는 밀레니엄 메시지에서 지난 2000년 세월 속에서 기독교가 저지른 역사적 과오를 과감하게 지적해 보수 세력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또 전체 국민의 65%가 성공회와 로마 가톨릭․장로교․ 등 기독교 종파에 속해 있는 준 종교 국가인 영국 사회에서 참 신앙의 실체, 교회의 역할, 교회와 정치의 관계에까지 언급한 밀레니엄 메시지는 정치권에도 적지 않은 파문을 던졌다. “교회는 오랜 세월 예수의 이름을 더럽혀왔다. 중세 시대의 교회가 유태인 박해에, 현대의 교회가 6백만 유태인을 집단 학살한 나치의 홀로코스트에 방관 내지 동참해 왔다. 또 교회는 지난날에서 현재까지 인간의 정의 세우기와 영구적인 평화 정착 노력에 자주 걸림돌이 되어 왔다. 수많은 과오 중에 여성차별과 억압, 제국주의의 약소국가 수탈, 노예무역 조장, 사상과 양심 및 표현의 자유 거부와 박탈, 그리고 최근 북아일랜드 사태에서의 종파 간 반목과 대결 등은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가르침과 진리를 처참하게 짓밟아 온 몇 가지 예일뿐이다.”

 

케리 대주교의 메시지는 교회의 과오를 지적하는 데만 그치지 않는다.

그는 오늘날 참 신앙을 잃고 형체만 남은 교회, 소경이 된 성직자와 일반 신도들의 허위와 위선을 통렬히 비판한다. 오늘날 영국 교회의 일부 성직자가 율법을 말하고 경건을 주장하지만, 예수의 눈에는 위선과 교만을 숨긴 채 입술로만 외식하는 위선자들로 비쳤던바리새인과 다름없다는 것이 케리 대주교의 반성이다. 그는 또 맹인이 맹인을 인도해 함께 구렁텅이에 빠지는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은 성직자에서부터 일반 성도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눈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멀었었으며, 이 신앙의 소경 현상이 2000년이 지난 오늘 영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백성이 사람의 계명과 조상의 유전, 겉치레 의식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폐하고 하나님을 헛되이 경배해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져 갔던 것처럼 영국 교회 일반 평신도들이 토대 없는 눈먼 신앙에 안주해 형식적인 예배 의식 참석이라는 겉치레 교회 생활에만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디펜던트>는 지난 8월 2일 자 사설에서 케리 대주교의 메시지는 새 밀레니엄을 눈앞에 두고 믿음의 공동화(共洞化)신앙의 세속화 길로 줄달음치는 영국 기독교의 현주소에 대한 자기반성이며, 종교를 자칫 정권 유지와 정치 개혁에서 도덕적 정당성을 획득할 수단으로 삼으려는 정치인들에 대한 경종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새 예루살렘 건설이라는 구호를 본떠 새 노동당 새 영국을 부르짖으면서 예수는 기존 질서를 무너뜨린 개혁가라고 말하는 블레어 총리가 그 대표적 인물이라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이번 밀레니엄 메시지 파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와 종교의 관계를 둘러싼 논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대주교실의 대변인은 대주교의 메시지는 밀레니엄을 맞는 비신자들에게 부활에 대한 긍정적 확신을 심어주기 위해 일반인들이 제기할 수 있는 질문을 수사학적 의문으로 표현한 것이며, 대주교 자 신이 예수의 가르침을 왜 믿고 따르는가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라고 비판론자들의 공격에 맞서고 있다.

 

언론들 새 천년 교회의 이정표 제시환영

교회의 역할을 정립하려는 개혁론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 동안 계속되어 온 영국 기독교 인구의 급격한 감소에는 제동이 걸리지 않았다. 전체 국민의 3분의 2가 공식비공식으로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정식 교인으로 등록된 전체 교인이 80년의 7백50만 명에서 95년에는 6백36만 명, 그리고 2000년에는 5백95만 명 선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주일마다 교회와 성당을 찾는 신도 수가 급격히 줄어 성공회의 경우 98년 현재 겨우 백만 명을 웃돌고 있다. 80년이래 매주 평균 6개씩 새 교회가 세워지는 반면 7개씩이 문을 닫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영국의 언론들은 지난 2000년의 역사 속에서 교회가 저지른 잘못을 돌아보고 반성할 것을 촉구하는 케리 대주교의 메시지가 새 밀레니엄을 맞는 교회가 세워야 할 바람직한 이정표라고 박수를 보내고 있다.

 

<시간의 끝; 밀레니엄 진입기의 확신과 공포>를 쓴 다미안 콤슨 박사는, 지난 8월 1일 자 <선데이 메일> 기고문에서 케리 대주교의 밀레니엄 메시지는 영적 세계의 변방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교회, 나아가 종교의 사명이라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우고 있으며, 뉴에이지 신비주의와 초자연적 미신, 세기말의 광신적 말세주의가 풍미하는 새 밀레니엄에 진입하는 고비에서 교회는 영적 단련과 시련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분간 영국 사회와 정치권이 신앙의 본질, 교회의 역할 그리고 종교와 정치와의 관계에 대해 논쟁을 벌이느라 시끄러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