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부는 ‘여신 열풍’…그 실체는 ‘이단’
국민일보 1999. 7. 9.
미국을 중심으로 신비주의운동인 여신숭배가 확산되고 있어 현지 기독교계가 긴장하고 있다. 주로 기존 교회에서 소외당하고 상처 입은 사람들이 여신숭배에 이끌리고 있어 교회의 대응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높다. 여신숭배운동은 일반인들 뿐 아니라 군인들 사이에서도 폭넓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미 군당국은 종교의 자유 보장이라는 이유로 이 모임을 승인하고 군부대 내에 시설을 제공하고 있어 교회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여신의 계약(COG)'이라는 국제적 조직을 창설한 여신숭배자들은 현재 미국에서만 4백만 명 이상이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거의 매일여신과 관련된 서적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으며 세미나와 축제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또한 사라 맥라클란, 쥬얼 및 커트니 러브 등 인기 여가수들이여 신문화를 공공연히 찬양하는 “릴리스 페어”라는 콘서트여행이 대중적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미국의 여신숭배운동에서 예배의 중심대상은 가이아 아테나 같은 고대신화 속의 여신이다. 고대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은 힘과 능력, 미와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따라서 여신숭배자들의 목표는 결국 숭배자들 스스로가 여신이 되는 것이다. 여신숭배의 문제는 성경의 권위를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기독교의 삼위일체와 달리 이들은 할머니 어머니 처녀의 새로운 삼위일체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 문제가 심각한 것은 여신을 숭배하는 사람들은 여신을 전설에서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정서를 실제로 자극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 대다수 여신숭배자들에게는 여신이 초자연적 본능을 소유한 현실의 존재로서 삶을 인도하는 하나님으로 그릇 인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신학자 및 문화학자들은 여신숭배가 서구 기독교사에서 남성이 부과한 가부장적 질서에 대한 반작용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한다. 이들은 여성들을 포함한 기존의 질서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이 하나님에게서 여성의 얼굴을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여성신학은 모든 해방신학이 그렇듯, 상처받은 경험에서 생겨났고 여성들의 삶에 가해진 파괴를 드러내왔다. 다양한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심리적인 용어들로 표현되고 있지만, 여성신학은 결국 기존의 서구 기독교 전통에서 소외 돼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재현한다. 그래서 일부 여성신학자들은 여신숭배에 대해 어느 정도 열린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과거 독일의 여성신학자 도로테 죌레는 “여성들은 위계질서적인 남성적 하나님 개념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신비주의에 접근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의 여신숭배 확산에 대해 미국 고든_콘웰신학대 신약학교수인 아이다 스펜서는 “여신은 곧 여성 하나님을 원하는 여성들의 이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신숭배는 전능한 하나님, 사랑과 온유와 치유와 희망의 하나님, 구원의 하나님을 잘못 인식한 데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이 정통신학자들의 해석이다. 결국 현재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여신숭배는 기존의 기독교신앙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보기 어려운 이교적 신비주의라 할 수 있다. 여신숭배에 몸담았다가 다시 기독교로 돌아온 사람들은 “당신이 여신을 섬기는 순간 예수그리스도는 떠나고 만다”라고 일관되게 말하고 있다. 신학계에서 여신숭배와 관련된 논쟁이 일어나지 않는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다. 미국 교회에서 최근 군당국의 여신숭배 인정에 대한 대책으로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