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신문보지 마세요..
매일경제 1999. 7. 3.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책을 보지 마세요.’ 습관적으로 화장실에서 신문이나 잡지를 보거나 혹은 영어단어를 외우는 사람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습관을 가진 사람은 치질에 걸릴 확률이 10배나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즉 변기에 오래 앉아 있게 되면 중력에 의해 항문 주위의 핏줄이 늘어나고 뭉쳐지면서 치질로 발전할 수 있다. 치질은 우리나라 인구의 25%, 성인 남성의 50%가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병. 특히 스트레스와 연관이 깊어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치질은 항문 안팎에 생기는 각종 증상을 통틀어 이르는 말. 항문 밖으로 근육이나 혈관덩어리가 빠져나오는 치핵과 항문이 찢어져서 생기는 치열, 항문 주위가 자꾸 곪아 구멍이 생기면서 고름이나 대변이 밖으로 새는 치루 등이 있다.
이중 치핵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흔히 치핵을 치질이라고 부른다. 치핵은 일반적으로 치상선 안쪽에 생긴 내치핵과 바깥쪽에 생긴 외치핵으로 구분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가 내외치핵이 함께 있는 혼합치핵 상태를 보인다. 치핵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을 알아본다.
▲ 원인
치핵의 원인은 변비와 설사가 지속되면서 발생하는 것이 대부분으로 변비와 설사가 진행되면 용변을 볼 때마다 배의 압력이 올라가 항문주위의 정맥이 일시적으로 늘어난다. 여기에 배변 시간이 길어져 치질로 악화된다. 또 과도한 스트레스와 맵고 짠 음식 등 식생활도 영향을 줘 치질이 ‘현대병’이라고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밖에 유전적으로 항문주위 혈관 벽이 약하거나 간경화 복부종양 임신 직장암 등 신체이상과 함께 치질이 발생할 수 있다.
▲ 증상
내치핵과 외치핵을 구분하는 이유는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 내치핵이 생기는 치상선 윗부분은 연한 점막으로 덮여 있고 위로 갈수록 감각신경이 거의 분포하지 않아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 외치핵 발생 부위는 질기고 단단한 피부로 덮여 있으며 예민한 감각 신경이 분포돼 있다.
▲ 내치핵
초기에는 배변 때마다 치핵이 항문 밖으로 삐져나왔다가 항문 내로 다시 들어간다. 하지만 이상태를 방치하면 치핵이 점점 커져 손가락으로 밀어 넣거나 물구나무를 서지 않으면 들어가지 않으며 더 심해지면 항문 외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게 되며 이 상태를 탈항이라고 한다. 증상은 배변 시에 피가 나며 혹처럼 부어오른 내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오게 된다.
▲ 외치핵
설사로 빈변하게 배변하거나 변비로 세게 힘을 주면 혈액 덩어리가 생기며 심해지면 심한 통증을 수반하는 검푸른 종기가 된다. 이것이 작을 때는 연고나 좌약 등으로 치료할 수 있으나 커지면 치핵을 보호하는 피부가 압박을 받아 궤양이 생겨 출혈이 발생하며 혈전이 흡수돼도 솟아오른 피부로 인해 혹과 같은 것이 항문 입구에 생긴다.
▲ 치료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외과적 수술로 치핵의 종류나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 고무줄 결찰법
내치핵에 쓰이는 치료법으로 부어오른 치핵을 고무줄로 묶어 피가 통하지 않게 한 뒤 썩게 만든다.
지각신경이 분포하지 않아 고무줄로 세게 묶어도 아프지 않다. 최소한 세 곳은 묶어야 하며 다소 출혈이 있으나 치핵이 떨어져 나간 뒤 한 달쯤 지나면 나으므로 입원할 필요가 없다.
▲ 경화요법
내치핵의 위 가장자리 점막 밑에 특수한 약을 주입해 굳혀 버리는 치료법. 중증의 내치핵이면 1~2년 쯤은 효과가 지속된다.
▲ 냉동요법
치핵을 얼리는 것으로 과거에 유행했던 치료법. 통원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어는 길이가 일정치 않아 치료 후 대량의 분비물이 나오거나 피부 손상 등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 수술(절제)요법
완치를 위해서는 치핵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치핵에 혈액을 보내는 동맥을 묶고 치핵을 배 모양으로 절제한다. 입원 기간은 3~4일이며 7~10일 정도 지나면 불편함 없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이밖에 전기나 레이저를 이용해 치핵을 태우는 방법이 있으며 수술요법 이외의 방법은 주로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에 적용된다.
● 하루 5분씩 10번 항문 조이는 연습 좋아
♤ 치질을 예방하려면.
▶ 용변은 3분 이내로 끝내고 좌욕을 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 특히 급성치질이 있는 사람은 술과 담배를 피해야 하며 항문을 하루에 10번 정도 5분씩 조이는 연습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 임신 중에 치질이 심해져 고생하는 산모가 많은데.
▶ 임신 중에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져 장의 운동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변비가 심해진다. 이 때문에 치질에 잘 걸리게 된다. 임신 후반기가 되면 자궁이 커져 직장과 항문을 위에서 눌러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도 원인이다. 임신부의 경우 좌욕과 안정 등 보존적인 치료를 주로 한다. 수술은 임신 3개월 이후에는 가능하며 의사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좋다.
♤ 약으로도 치료할 수 있나.
▶ 경증의 치핵은 증상을 완화시켜 준다. 근본적인 치료는 못하지만 치핵에서 유발된 증상을 가라앉히는 데는 도움이 된다. 특히 갑자기 출혈이 심해졌거나 혈전성치핵으로 악화됐을 때는 치질치료제가 도움이 된다.
♤ 수술을 잘못하면 변이 샌다는데.
▶ 20~30년 전에는 괄약근에 손상을 줘 설사나 가스가 새는 경우가 있었으나 최근에는 거의 없다. 설사 괄약근이 손상됐더라도 봉합수술로 개선할 수 있다.
♤ 치질이 오래되면 암이 되나.
▶ 치핵과 암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러나 항문에 고름에 생기는 치루는 오래 방치할 경우 항문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 수술을 받아도 재발이 잘된다는데.
▶ 재발은 거의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혈전성 외치핵의 경우 또 다른 부위에서 생길 수 있다. 또 치핵이 큰 곳이 3개 있는데 이중 1~2개만 절제하고 나머지는 작아서 그냥 뒀을 경우 그것이 커지는 경우가 있다.
♤ 언제 수술해야 하나.
▶ 중증의 치핵은 하루라도 빨리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또 항문이 완전히 빠져서 들어가지 않는 탈홍의 경우 수술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