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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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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들 은퇴선언은 인기작전

 

 뉴스플러스 1999. 5. 13.

 

스타들의 활동중단혹은 은퇴선언이 효과만점의 홍보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들이 자기 관리와 인기유지의 방편으로 구사하는 이 같은 카드는 재충전의 순기능과 얄팍한 상술이라는 역기능을 동전의 앞뒷면처럼 갖고 있다. 최근 인기개그맨 김국진이 무기한 활동중단을 선언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국민개그맨으로 불릴 만큼 최고의 인기를 누려온 그의 방송 활동 중단소식은 의외였다. 본인은 5년 동안 하루도 쉴 틈 없이 일을 해서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쳤다며 언제 컴백할지는 모르겠지만 건강해진 모습으로 팬들을 다시 만나겠다고 설명했다. 김국진의 경우 자신의 주장은 휴식과 재충전이지만 연예계 일각에서는 아이템 고갈 및 라이벌로 급부상한 개그맨 남희석 등의 거센 도전이 방송활동 중단 결정에 한몫했을 것으로 본다. 어느새 익숙해진 스타의 활동중단, 은퇴선언의 원조는 바로 서태지다. 90년대 신세대 문화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던 그는 탁월한 마케팅 감각을 발휘하며 활동과 중단, 잠적과 은퇴를 적절히 배합하며 신비감을 조성하고 몸값을 상향조정해 나갔다.

 

가수가 새 앨범을 위해 준비기간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서태지는 하이에나처럼 서태지와 아이들을 쫓아다니는 언론을 교묘히 활용해 활동중단잠적을 대서특필하게끔 만들곤 했다. 96년 1월 말 “정상의 순간에서 사라지겠다며 은퇴를 선언한 이후 2년 6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숱한 찬반양론 속에 컴백앨범을 발표하고는 100만 장의 판매고를 거뜬히 올린 것도 계획된전술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약속을 어겼다는 비판이 위험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흥행신화의 재현을 갈망하는 침체된 가요계의 분위기, 대중과 호들갑스러운 언론의 호기심이 이런 약속 불이행에 면죄부를 던져줄 것임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서태지의 마케팅 전략은 이후 가수를 비롯해 연예인들에게 훌륭한 전범이 됐다. 90년대 중반 아이돌 댄스그룹으로 각광받던 룰라는 한층 대담한 모습을 보였다. 은퇴 1년 6개월 만인 지난 2월 팀을 재결성해 6‘Six n' Six'를 발표했다. 이들은 1개월 보름여의 짧은 활동 기간에 라틴댄스곡 기도를 히트시키며 무려 40만 장의 음반을 팔아치운 뒤 다시 잠정적 해산을 결정했다.

 

은퇴와 컴백을 이용해 짭짤한 재미를 본 음반기획자 및 당사자들은 앞으로도 틈나는 대로 모여 ‘룰라’의 이름으로 앨범을 발표하겠다고 당당히 선언했다. 해산 후 멤버인 김지현은 영화 ‘A 콘서트출연, 채리나는 여성트리오 디바복귀, 이상민과 고영욱은 각자 음반프로듀서와 MC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군입대한 박진영 역시 입대 전 모 스포츠지 1면에 박진영 전격 가수은퇴란 제목의 기사가 실리자 흥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의 주장은 군제대 후 가수보다 음반 프로듀서로 후배가수 양성에 치중할 계획인데 무슨 은퇴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측근에 따르면 군입대 전 가수활동에 마침표를 찍는 성대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TV를 주 활동근거지로 삼는 가수들이 활동중단 및 은퇴선언을 하면 일정 기간 팬들의 시야에서 확실히 사라져야 하는 것과 달리 연기자 들은 선택의 폭이 여유롭다. 청룡상,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연거푸 거머쥐며 스크린 최고의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심은하는 화제리에 방영된 SBSTV 드라마 청춘의 덫을 끝내며 드라마 중단 선언을 했다.

 

앞으로 이렇게 좋은 드라마는 만나기 힘들 것이다” “영화에 전념하겠다는 듣기 좋은 이유를 댔다. 탤런트로 데뷔해 은막의 여왕에까지 오른 그녀가 친정인 브라운관에 등을 돌리는 데는 철저한 이미지 관리와 영악한 계산이 작용했다. 한 편의 드라마를 위해서는 보통 4, 5개월에 걸쳐 1주일에 4, 5일을 촬영에 할애해야 하는 엄청난 시간투자가 필요한 데다 끊임없는 이미지 노출로 신선도 및 신비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또 회당 200만 원의 초특급 대우를 받는다 해도 편당 1억 5000만~2억 원에 이르는 영화 개런티에는 턱없이 처지는 저임금도 외면 요인. 심은하와 비슷하게 탤런트로 출발한 한석규가 영화만을 고집하는 것도 이 같은 요인들 때문이다. 스타들은 다양한 층위의 팬들에 대한 서비스, 공인으로서 요구받는 도덕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반면 상품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자극적인 활동중단’ ‘은퇴선언의 유혹은 달콤하기 그지없다. 거미줄처럼 얽힌 이해관계 사이에서 스타들은 오늘도 주판알을 튀기는 데 여념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