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이냐?, 자장면이냐?
뉴스메이커 1999. 4. 29.
최근 PC통신 하이텔에서는 ‘짜장면’으로 써야 하는가 아니면 ‘자장면’으로 불러야 맞는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각양각색의 의견이 등장해 흥미를 끌었다. 언어란 쓰는 사람들의 습관이나 관습을 크게 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짜장면’을 표기할 때 나타나는 된소리(쌍자음) 때문에 틀리다고 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주장에서 논쟁은 출발한다. 대다수의 네티즌은 ‘짜장면’이라고 불러야 하는 데에 찬성 의견을 보냈다. 토론에 참여한 62건의 의견 중 3~4건 정도를 제외하고는 ‘짜장면’이 옳다는 견해였다. 토론방을 개설한 이두연 씨(ID:basilisk)는 ‘된소리 발음을 하면 사람들 성격이 드세진다’는 일부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자장면이 맞다면 짬뽕은 잠봉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또 한글사랑을 줄기차게 외치고 있는 방송에서 아나운서들이 ‘자장면’이라고 굳이 발음하는 것은 관행을 무시한 것이며 이는 ‘한글 죽이기’ 일 따름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이 표준말이기 때문에 ‘짜장면은 짜장면’이고(yanoq6) 자장면이 표준이라고 우겨대는 것은 언어 독재(dolljong)라는 의견도 있었다. ‘cshsy'란 ID의 네티즌은 ‘효과’의 예를 들고 “중학교 때 이 단어를 발음할 때(효꽈) 생기는 현상은 경음화라고 배웠다”면서 “국어선생님이 무식하든지 TV에 멍청하게 보이는 아나운서가 무식한 건지 헷갈린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특히 “자장면 먹고 잠자리 들어 굼구고 이발(양치질인가?) 닥구 학교 갈 대 아바 어마한데 보보하구… 식식하게 지구를 지킨다 장가~장가~ 우리들의 자앙가~~”(야초)라며 된소리 표기 자제를 풍자한 익살스러운 견해도 올라 있었다. 일반인이 실생활에서 ‘짜장면’을 보편적으로 쓰고 좋아한다면 일반인의 생활 언어를 파악하기 위한 사전에는 당연히 ‘짜장면’이 실려야 한다는 게 찬성론자들의 의견이다.
언어의 표준화는 몇 명의 국어학자나 문화 분야 관리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는 게 이들의 논리다. 반면 ‘자장면’을 지지하는 의견들은 논리의 근거로 국어사전을 들고 있다. ‘자장면’은 한자로 ‘醬麵’ 이라고 쓰며 고기와 채소를 넣고 볶은 중국식 된장에 국수를 비벼 먹는 음식이라고 국어사전에 엄연히 나와있다(lystjc)는 것이다. 사전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 그렇게 쓰면 되는 것이고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되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이들은 반문하고 있다. 또 다른 ‘자장면 지지자’는 “자장면이 원래 정식 명칭이다. 불만 있으면 국어사전 찾아볼 것.
우리가 틀리게 말하고 있는 것임. 짜장면이 맞다고 우기면 무식만 드러내는 것”(얼려버려)이라고 ‘짜장면지지자’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학계 관계자들은 일단 국어사전에 나와 있는 대로 ‘자장면’으로 쓰는 것이 옳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한글학회 유운상 사무국장은 “사람들이 많이 쓴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짜장면’으로 쓸 경우 혼동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엄연히 ‘자장면’이 사전에 표준말로 올라 있는 이상, 이를 쓰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짜장면’을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이 단어가 표준말로 지정되면 그때 가서 써야 하는 것이 원칙이란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