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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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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벌레가 어린이 천식 일으킨다

 

한겨레 21 1999. 4. 1. 

 

일반적으로 바퀴벌레는 베트남전 뒤에 들어온 외래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도 토종 바퀴벌퀴가 오래전부터 살아왔다. 지금처럼 푸대접을 받지 않으면서. 부엌에 바퀴가 살아도 대개는 잡지 않았다. 한때는 돈벌레라 부르며 집안에 행운과 번창을 가져오는 것으로 여기기도 했다. 지구상엔 바퀴목을 이루는 4천여종의 바퀴벌레가 있다. 인간 주변에서 살아가는 것은 30여 종 정도. 바퀴벌레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날개 단 곤충 가운데 가장 원시적인 무리에 속한다. 32천만년 이상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표현도 지나치지 않은 셈이다. 지금껏 바퀴벌레가 어린이 천식의 원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천식은 호흡할 때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는 질병. 기침도 잦고 숨 쉬는 데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갈수록 심해지는 대기 오염, 담배연기 그리고 스트레스 등이 천식을 악화시키는 원인이다. 의학자들은 유전적심리적환경적 인자의 복합작용으로 만성 천식이 유발된다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바퀴벌레가 천식을 유발하는 환경적인 인자의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퀴벌레는 따뜻하며 습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한다. 주로 서민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바퀴가 많이 발견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뉴욕 아인시타인 의과대의 알레르기 학자 로젠스트레히는 미국 8개 도시에 사는 1500명의 어린이 천식환자를 대상으로 천식과 바퀴벌레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천식 어린이 의 상당수가 빈민가에 살고 있었다. 물론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의 집에서 어김없이 바퀴벌레의 단백질이 검출됐다. 바퀴벌레에 노출된 어린이 천식환자는 다른 천식환자보다 증세가 심각하기도 했다. 바퀴벌레가 많은 집안에서 자녀를 집안에만 가둬두는 것은 금물. 집안에서만 놀면 바퀴에 대한 노출이 많아져 질병을 피하기 어렵다. 바퀴벌레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간단하다. 바퀴벌레를 없애면 그만이다. 바퀴가 들어갈 만한 곳을 만들지 말 것, 먹다 남은 음식물은 반드시 뚜껑이 있는 용기에 보관하는 것은 구제의 기본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