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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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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점에 떠는 중고생들

 

중앙일보 1999. 3. 9. 

 

졸면 1점, 떠들어도 1점

벌점을 매기지 마시고 차라리 한 대 때려주세요.” 새 학기 서울시내 대부분 중고교 교실에서는 잘못을 저지른 학생에게 체벌을 가하는 대신 벌점을 매기는 제도가 시행되면서 벌점 공포를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벌점이 누적되면 교내 봉사활동 등 징계를 받을 뿐만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에까지 기록되기 때문이다. 특히 2002년 무시험 전형에 따라 학생부 기록을 중시하는 대학입시에서 지장을 받게 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체벌 없는 학교 만들기 운동을 벌이면서 학생이 ‘112’로 체벌교사를 신고하는 일이 벌어지자 올해부터 벌점제를 도입해 시행토록 했다. 서울 C고교의 지난주 2학년 국어수업 시간. 책상에 엎드려 졸고 있던 (17)군은 ‘1’, 잡담하던 또 다른 학생도 ‘150분 수업시간 중 세 명이 잇따라 벌점을 받았다.

 

체벌 위주 던 지난해와 교실 풍경이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 학교의 벌점 시행세칙엔 과도한 졸음 1. 수업태도 불량 1. 수업시작 이후 입실 1점 등이 있고 벌점 누적이 20점 이상 되면 화장실 청소 등 봉사활동, 30점 이상 되면 사회 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 이때부터 학생생활기록부에는 준법정신 미흡등으로 기재된다. 서울 강남 J.H고교 역시 벌점 누적 때 학생부 기재를 명시화했다. J고교 1학년의 한 학생은 “한 대 맞으면 될 일을 가지고 선생님들이 너무하신다”라고 불평하지만 교사들은 때렸다가 문제가 생기는 것보다 벌점제를 통해 확실한 반성을 하게 하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해당 학생이 영원히 낙인찍히지 않도록 좋은 행동을 했을 때는 누적점수를 줄여주는 제도의 병행이 요청된다고 제안하고 있다.

 

장훈고교의 경우 벌점이 누적돼 봉사활동을 하면 과거 벌점을 없애주는 사면제도를 실시한다. 서울시교육청 중등장학과 엄주용 장학사는 학생부 기재가 체벌보다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지만 징계효과 측면에서는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부 기재를 하지 않고 있는 일부 고교 교사들은 생각이 다르다. 한광고 학생생활담당 교사는 현장에서 꾸지람을 하고 끝내는 게 낫지 일종의 전과가 남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게 학교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교육학과 오인탁(吳麟鐸) 교수는 상과 벌이란 학생들이 보다 성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교육적 수단일 뿐이라며 기록으로 남는 벌점제라는 것은 부정적 결과를 파생시킬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