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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과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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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눈물은 돈 안 드는 보약

 

주간조선 1998. 12. 15. 

 

혈액 순환 돕고 면역력 높여심장 운동에도 효과

웃음은 생활을 기쁘게 하고 스트레스와 번민은 한숨과 울음을 쏟아낸다. 그러나 한바탕 울어 젖힌 뒤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울음도 스트레스 해소책이 될 수 있는 듯하다. 단맛과 쓴맛으로 버무려진 인생살이에서 웃음과 울음은 어떻게 생겨나고, 의학적으로 인체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그동안 웃음과 울음은 단순한 심리적 반응으로 간주돼 과학적 용어로 자리잡지도, 정신과의 주된 연구 대상이 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대상 발견뇌 속 처리즐겁거나 슬픈 느낌안면 근육 운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물론, 복잡 다양한 인자들이 관련돼 있다. 쾌활하게 웃을 때 우리 몸 근육 650개 중 231개가 움직이고, 생후 6개월 된 어린아이는 하루 평균 300번 웃는 반면, 성인은 15번 정도 웃는다고 한다.

 

울음에 관한 실험 연구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 여성이 남성에 비해 4배 이상 운다. 아직껏 웃음과 울음에 대한 기전이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았다. 하지만 생리학적으로 접근한 연구들에 따르면, 웃음은 혈압을 낮추고 근육긴장을 풀어 혈액 순환을 도울 뿐 아니라 면역력을 강화해 스트레스 관련질환 발생률까지 낮추는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기분을 상쾌하게 만드는 엔도르핀을 자극하고, 바이러스나 종양을 파괴하는 효과도 있다. 건강에 보약이기는 울음도 마찬가지다. 감정에 북받쳐 흘리는 눈물은 뇌와 근육에 산소를 공급하고, 위장과 심장 운동을 활발히 만든다는 것.

 

여성이 남성보다 수명이 긴 이유에 대해 더 많이 울어서라는 믿거나 말거나한 얘기들도 쏟아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홍성도 교수(신경정신과)웃음이나 울음에 대한 의학적 분석들은 아직 정립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많이 웃고 많이 울어야 건강에 좋다는 것은 결국 스트레스를 얼마만큼 해소했는지로 풀이해 볼 수 있다고 한다. 스트레스를 줄이면 면역 체계가 강해진다는 것은 이미 검증돼 있다. 그렇다면 억지웃음이나 울음이 아닌 진짜 웃음이나 진짜 울음만이 건강에 좋다고 볼 수도 있겠다.

 

웃음과 울음 어디서 생기나.

웃음과 울음을 만드는 주머니는 따로 있는 걸까.

지난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병원의 이차크 프리드 박사는 왼쪽 대뇌의 사지 통제 신경 조직 앞에 표면적 4되는 웃음보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16세 소녀 환자의 옆머리에 전극을 달아 자극하면서 동작을 살펴보니, 특정 부위를 자극할 때 웃기지 않은 데도 웃음을 터뜨렸고 전류가 강할수록 접한 대상을 더욱 재미있는 것으로 인식했다는 것. 프리드 박사는 웃음 유발이 뇌에서 감정을 처리하고 안면 근육 운동으로 이어지는 일방향적 과정이 아니라 반대 경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의학계에 웃음은 물론, 울음을 일으키는 특정 부위나 유발 경로에 대해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서울중앙병원 안준호 교수(정신과)뇌의 기능을 설명할 때 웃음과 울음을 유발하는 곳을 정확히 짚어내긴 어렵다면서 다만 감정 조절을 주로 맡는 변연계가 대뇌 피질의 작용과 연관성이 높다고 했다. 사람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접하게 되면 뇌의 대뇌 피질에서 슬프다’ ‘웃긴다’ ‘외롭다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이런 감정 반응은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빠지는 등 신체 반응을 동반한다. 이때 신체 반응을 조절하는 곳은 뇌의 변연계와 시상하부뇌간 등. 이곳에서 ‘느낌은 자율신경계반응이나 근육 운동으로 이어져 근육을 움직이는 표현으로 이어지게 된다.

 

어떻게 건강에 좋은가

웃음이 생기는 경로와는 달리, ‘웃음이 건강에 미치는 효과는 계속연구돼 왔다. 그 결과 웃음이 단순히 심리적 현상이 아니듯, 건강에 미치는 효과 역시 무형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웃음의 제1 순기능은 스트레스 치를 줄여주는 것. 웃으면 뇌에서 통증을 진정시키는 신경 전달 물질인 엔도르핀 생성이 촉진돼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자연스러운 환각 상태를 만든다는 것이다. 부족하면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카테콜라민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생성도 돕는다고 한다. 웃음은 또 심장 박동수를 늘려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면역체를 강화시켜 세균 침입이나 확산을 막는 효과도 있다. 미국 로마린다의대 리버크 교수팀은 60명에게 배꼽 잡게 웃기는 비디오를 한 시간 동안 보여준 뒤, 감마인터페론 및 스트레스 호르몬의 혈중 농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항원을 없애는 T세포와 면역 글로불린을 만드는 B세포를 만드는데 중요 역할을 하는 감마인터페론 양이 비디오를 보기 전보다 200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도 급격히 떨어졌다. 리 버크 교수는 놀람불안짜증은 교감 신경을 과민하게 만들어 심장을 상하게 하는 반면, 웃음은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심장을 천천히 뛰게 하고 몸 상태를 편안하게 만든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건강증진센터 스포츠클리닉의 황수관 교수는 한 번 웃으면 5분 동안 에어로빅 운동을 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30여 년 동안 웃음과 건강을 연구한 미국 스탠퍼드의대 윌리엄 프라이 교수는 10초 동안 배꼽을 잡고 깔깔거리며 웃으면 3분간 힘차게 노를 젓는 것과 같은 운동 효과가 있고, 잘 웃지 않는 사람보다 잘 웃는 사람이 오래 산다고 했다. 웃음이 건강에 좋듯이 울음도 혈압을 낮추고 감정과 근육의 긴장을 줄인다고 한다.

 

서울중앙병원 홍진표 교수(정신과)울음이 곧 건강을 의미한다는 말이라기보다는, 우울하고 슬픈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쏟아내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라고 했다. 물론 눈에 잡티가 들어가 흘리는 눈물은 효과가 거의 없다. 감정에 북받쳐 흘린 진짜 눈물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것이다. ‘울음연구를 한 미국미네소타주의 램지재단 알츠하이머 치료연구센터 빌 프레이 박사는 눈물에는 스트레스를 받아 체내 축적된 화학 물질이 섞여 있으며, 울음과 함께 이 물질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프레이 박사에 따르면 실제 울고 난 뒤 여성의 85%, 남성의 73%기분이 나아졌다고 답했다고 한다. 게다가 기분만 나아지는 게 아니라, 마음껏 울고 나면 심장병 같은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일으킬 확률도 떨어진다고 한다. 혈관이 좁아진 상태에서 심장 흐름을 방해하는 주범 중 하나가 스트레스인데, 울고 나면 이 스트레스 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여자는 왜 눈물이 많나

미국의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여성이 남성보다 잘 우는 것은 프롤락틴이란 호르몬 때문이라고 한다. 모유 생성을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프롤락틴은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훨씬 많다. 다만 여성들은 폐경기에 이르면 이 호르몬 생성량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10세 전후까지만 해도 우는 데 남녀 차이는 거의 없다가 1213세에 들어서면서 우는 횟수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때 여성의 프롤락틴 수치가 남성에 비해 60% 정도 높다는 것. 18세쯤 되면 여성은 남성보다 4배 이상 운다.

 

성인을 기준으로 할 때 남성은 한 달에 1.4회 정도 우는 반면, 여성은 5.3회 운다. 울고 싶은데 울지 못하고 참는 경우는 여성이 6%, 남성이 50%가량 된다고 한다. 울지 않는 것이 남성답다는 사회화 과정이 우는 빈도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어차피 뇌에서 결정되는 사항으로, ‘울면 안 된다’고 강하게 반복 교육받으면 덜 울게 된다. 미국의 프레이 박사는 남자가 여자보다 평균 수명이 짧은 이유중 하나를 덜 울기 때문으로 들었으며, ‘우는 것은 남자답지 않다는 것 역시 건강에 있어서는 엄청난 손해를 입힌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