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슈퍼 301조’ 부활
국민일보 1999. 1. 27.
미국이 자국상품에 대해 수입장벽을 쌓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무차별적 보복조치를 취하는 슈퍼 301조를 부활시킴에 따라 한국의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일단 슈퍼 301조 부활은 연간 5백70억~6백억 달러대의 대미 무역흑자를 내고 있는 일본과 중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슈퍼 301조가 미국상품에 대해 수입장벽을 쌓고 있는 모든 나라에 최고 100%까지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작년에 80억 달러의 흑자를 낸 우리나라에 불똥이 튈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는 슈퍼 301조 부활이 확정되자 27일 오후부터 예상되는 파장분석작업과 대응책 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 ㈜대우 등 종합상사들은 우리나라도 ‘슈퍼 301조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미국지사와 수시연락을 취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와 무역협회, 철강협회 등도 28일 슈퍼 301조 부활배경에 대한 분석과 한국에 대한 적용가능성, 세계교역질서 등을 전망하는 대책회의를 여는 등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미 무역대표부는 슈퍼 301조 부활과 관련 “우리의 목표는 우리 상품의 시장진출을 막는 전 세계의 주요 무역장벽을 철폐하는 것”이라고 밝혀 단지 일본만을 겨냥한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미국이 불공정 무역관행을 트집 잡아 슈퍼 301조를 발동할 가능성이 있는 업종은 철강 통신장비 의약품 농․축산물 지적재산권 등이 꼽힌다. 자동차의 경우도 지난해 한․미협상을 통해 수입차의 세제를 대폭 손질하는 형태로 타결됐지만 황금시간대 TV광고배정이나 고율의 특소세, 까다로운 인증제도 등 시비소지가 많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무협의 한 관계자는 “슈퍼 301조가 불공정한 법안이라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기 때문에 미국이 일본만을 겨냥해 발동하기가 힘든 형편”이라며 “본격 발동되면 미국은 일본 중국 등 다수국가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일으켜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 갈 게 분명하다”라고 전망했다. 이럴 경우 작년에 대미흑자를 낸 한국도 미국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없는 건 아니다. 통상전문가들은 “자동차 반도체 등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상품에 대해 슈퍼 301조가 발동되면 한국상품의 수출이 단기적으로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