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물관리가 세계 최고인 이유
업코리아 2005. 10. 05.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
지진하면 떠오르는 나라는 일본이다. 잦은 지진에 의한 인명과 재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연구도 많이 하고, 사회적 제도 역시 잘 정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진해일을 일컫는 쓰나미라는 단어도 일본의 해일 피해를 반영하고 있으며, 따라서 쓰나미에 대한 연구는 세계 수준급이다.
열악한 자연환경 하에서 그것을 극복하려 노력하다 보면 세계적인 기술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수질이 나쁜 지역에서는 수처리 기술이 발달하고, 지반이 나쁜 지역에서는 지반기술이 발달하고, 산악지형에서는 터널기술이 발달하고, 물이 없는 지역에서는 물을 절약하고 재이용하는 기술이 발달하고, 수질이 나쁜 유럽지역에서는 맥주와 와인이 발달되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여기서 나온 듯하다.
일본에 있는 백제인이 세운 저수지
일본의 오사카에는 백제인이 세웠다고 하는 커다란 인공저수지가 아직까지 잘 사용되고 있다. 이 저수지에 빗물을 모아 하류지역의 홍수를 방지하고, 모은 물을 이용하여 농사를 지어서 이 지역이 발전한 것이다. 저수지 제방의 축조기법이 우리나라의 백제시대에 만들어진 벽골제의 그것과 같다고 한다. 그 당시 한반도에 살던 백제인이 오사카에 와서 그 지역의 물관리를 위하여 계획을 세우고, 인력과 자금을 동원하고, 저수지의 축조기술을 가르쳐 만든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그렇다면 한반도에 살던 백제인은 물론 그전에 우리 땅에 살던 우리 선조들은 물관리를 매우 잘한 것임에 틀림없다. 그도 그럴 것이 매년 봄가뭄, 여름 홍수를 겪는 몬순지역에 살아남으려면 당연히 물관리에 대한 노하우가 생겼을 것이고, 최고통치자가 되기 위해서는 물관리를 잘하는 것이 필수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고로 열악한 우리나라의 강우패턴
우리 선조들이 물관리를 잘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이것은 우리나라의 강우패턴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강우패턴이 세계에서 가장 열악하기 때문이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많은 연구를 하고 실천에 옮겼기 때문이다.
세계기상기구(WMO)의 자료를 가지고 살펴보자. 통계학에는 평균치와 분산이라는 것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의 공식적으로 발표된 일 년 평균 강우량은 1,283 밀리미터이다. 이 수치는 물론 매년 다르다. 과거 30년 정도의 평균을 사용하지만, 점점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분산이란 여러 개의 수치가 얼마나 고른가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된다. 분산이 크면 연간 강우가 고르지 않은 것을 뜻하고, 분산이 작으면 비가 연중 고르게 오는 것을 뜻한다. 당연히 분산이 크면 물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수단을 동원하지 않으면 살기가 어렵다. 이것을 간단히 비유하면 같은 연봉이더라도 매월 소득이 일정한 집과, 계절에 따라 소득이 불균형한 집의 살림살이 형편을 보면 평균치가 같다고 다 똑같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소득이 불균형한 집에서의 살림살이가 어려우며, 저축이라는 수단을 써야만 겨우 잘 살 수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하지만 어느 경우에는 이런 절약과 저축의 습관이 배어 있는 집의 자녀가 오히려 돈이나 물자는 물론 시간도 아끼는 습관이 붙어서 그런지 더욱 훌륭하게 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세계 주요 나라의 강우의 연간 분산의 값을 비교하면 그림과 같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의 강우패턴은 단연코 돋보인다. 비에 관한 한 세계제일의 열악한 환경인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수천 년을 잘 살아왔다면 분명 어떠한 노하우가 있었을 것이고, 천년도 훨씬 전에 일본에 물관리 기술을 전파한 것을 보면 그 기술도 역시 세계적인 것이다.
▲ <그림> 세계 주요 나라의 강우량의 분산의 값 우리가 벤치마킹하여야 할 나라는?
강우패턴을 통계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기상조건에 관한 한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열악한 조건에 있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세계 어느 나라라도 우리나라에 적합한 물관리 기술을 가르쳐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의 강우나 풍토조건에서 검증된 바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어려운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초등학교 학생에게 생전 처음 보는 고등학교 수학문제를 풀어달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누구에게 물어볼 것인가.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선조들이다. 이 땅에 도읍을 정하면서 우사, 운사, 풍백을 거느리고 고조선을 세우신 선조들이다. 이 분들의 통치철학, 기술은 수 천년의 검증을 받아왔고, 비교적 최근까지 우리나라를 금수강산이라는 수식어로 만든 것이다.
물관리 노하우도 세계시장으로
우리나라의 물관리 노하우는 가장 열악한 강우조건에서 훈련받고 검증받은 기술과 생활철학이다. 이러한 노하우는 앞으로 기후변화로 (강우의 분산 값이 매우 커지게 될 것임) 물 문제를 겪을 선진국은 물론이고, 후진국에 가르쳐줄 수 있다. 이러한 물관리 기술에 우리나라가 앞선 첨단의 IT 기술 등을 접목시키면 앞으로 전 세계의 수십, 수백만 명의 인명과 재산을 구해줄 수 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선조들이 물관리를 잘해온 역사적 자긍심을 벤치마킹하여 지금까지의 물관리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보자는 제5회 빗물 모으기 국제워크숍이 10월 6,7일 양일간 서울대학교에서 열린다. ‘다목적 빗물관리에 의한 사회의 안전성 확보와 국가경쟁력 향상방안’이라는 부제로 국내와 국외의 빗물관리의 사례가 발표되고, 이 워크숍에서의 토의와 논의를 바탕으로 빗물관리 특별법의 수정안이 마련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