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 모호한 동성애 타협으로 ‘진퇴양난’
크리스천투데이 2005. 8. 9.
“성관계 않은 동성애부부만 인정”... 동성애 지지 측 - 반대 측 모두 반발
▲동성애 문제로 인해 영국성공회를 둘러싼 논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동성애 성직자들이 '동성애자 인권'을 주장하며 영국 캔터베리 대주교인 로완 윌리엄스와 다른 성직자들에게 대항할 것이라고 밝혀 논란을 더하고 있다. 영국 기독교신문 크리스천투데이가 8일(현지시각) 보도한 바에 따르면,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와 영국성공회 주교들은 최근 "성직자들이 이성과의 결혼에서만 제한되는 교회의 기존 가르침을 엄격히 지킬 것을 약속할 때만 동성애 관계를 가질 수 있다"고 충고한 바 있다.
또한 성직자들에게 "동성애 의식을 거친 이들에게 교회의 기존 결혼축복을 주는 것을 허락해선 안된다. 다만 동성애 부부가 그 둘이 성관계를 갖지 않을 것이라는 맹세를 했을 때 교회에 등록하게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성공회 주교회의가 지난달 발표한 이 같은 진술서는 오는 2005년 12월 5일부터 효력이 발생하는 법안인 'Civil Partnerships Act(동성애 부부에게 결혼과 유사한 합법적 권리를 제공하는 법)'에 대한 일종의 안내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영국성공회 주교회의를 결정에 대해 성직자들은 "동성애 결혼을 하는 사람은 성적으로 금욕을 지킬 의도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한 교회 지도자는 '데일리 텔레그래프'를 통해 "본인은 현재 동성애 성직자들이 대우를 받고 있는 방식에 '화가 난 상태'다. 주교회의의 결정에 반대하며 동성애 인권주의자들은 영국 전역에 걸쳐 폭동을 일으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계성공회 내 가장 영향력 있는 지도자 중 하나인 나이지리아의 피터 아키 놀라 대주교는 지난주 "영국성공회가 기본적으로 동성애 결혼을 허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영국성공회는 이미 올해 초에 세계성공회로부터 미국과 캐나다성공회에 가해진 동일한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초 미국과 캐나다성공회는 '동성애 인권을 지지하며 전통적인 교회의 가르침에 대항했다'는 이유로 세계성공회로부터 '2008년까지 잠정적으로 교단을 분리해서 운영하겠다'는 위협을 받은 바 있다.
영국성공회 주교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변호하며 "우리들의 진술서가 '성관계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두고 있듯, 동성애 결혼을 합법적으로 도입하지는 않을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성애 문제를 두고 이러한 결정을 내린 영국성공회는 세계성공회와 성공회 지도자들에 의해 잇따른 비난을 받고 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이미 영국 전역 수백 명의 동성애 성직자들은 새로운 법안이 유효한 시점에 큰 이득을 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동성애 인권 운동가들은 "동성애 성직자들 대부분이 그들의 결혼생활에 대해 말하기를 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 런던 핀즈베리 파크에 있는 성 토마스의 교구목사이자 교회총회의 회원인 스티븐 콜스는 이번 영국성공회 주교회의의 결정을 노골적으로 반박하는 성직자들 중 하나이다. 그는 말하기를 "만약 주교들이 내게 성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묻는다면 나는 '상관말라'고 말할 것이며 솔직히 주교들이 그것을 묻는다는 것 자체가 내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다"라고 말했다. 영국성공회 주교들의 이번 결정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20여 명의 동성애 성직자들은 "동성애 결혼을 하는 이들에게도 기존과 똑같은 교회의 축복을 허락하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를 중심으로 영국성공회가 내놓은 '타협점'은 결국 동성애 문제로 인한 교회분열을 더욱 부채질하는 격이 되고 있다. 아키 놀라 대주교는 영국성공회의 결정에 강력히 반대하며 "본인은 영국성공회가 우리의 삶 속에서 행해온 역사적인 역할에 대해 감동과 경의를 표하지만 그 어떤 교회도 성경의 가르침을 무시할 수 없으며 교리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성공회 주교회의는 '성서의 가르침에 모순되며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동성애 결혼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키 놀라 대주교는 '동성애 문제'와 같은 논의점에 타협하려는 영국성공회 주교들을 비난했으며 "주교들이 '동성애에 있어 성관계가 없을 것'이라는 동의를 성직자들로부터 받아내는 제의 안은 위선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문제에 대해 램버스 궁전의 관계자들은 로완 윌리엄스 대주교는 현재 부재중이라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발언도 할 수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