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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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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파문] 주한외국인들은 어떻게 보나

 

메트로신문 2005. 04. 05.

 

주한 외국인들은 한국과 일본이 독도에 이어 역사교과서 문제를 놓고 심한 갈등을 빚어온 것에 대해 대체로 한국 입장에 동조하면서도 분신, 격렬한 항의시위 등 대처방식의 문제점도 지적하고 있다. 또 구미 출신 외국인들이 비교적 중립적 입장을 보이는 반면, 아시아 출신들은 일본의 침략전쟁 피해를 직간접으로 겪은 때문인지 과거사 왜곡문제점을 더욱 구체적으로 적시하는 등 아시아, 미주, 유럽 등 출신지역에 따라 한일 역사분쟁에 대한 시각차를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출신 지역과 무관하게 한국에 오래 산 외국인일수록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 측 입장에 동조하는 경향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다음은 주한 외국인 7명에게 듣는 한일 역사분쟁관전평.

 

▲마샤오후이(27. 중국.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유학생) =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한국과 일본이 속히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반면 교과서 문제는 중국인들에게도 큰 관심이 있는 문제로 일본이 역사를 잘못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중국 및 한국과의 선린관계를 유지하려면 역사문제는 반드시 수정되어야만 한다. 일본은 그동안 역사문제로 중국과 한국인들의 감정에 상처를 입혀왔는데 이렇게 해야만 중3국의 상호 신뢰가 조성될 수 있다.

 

요미 도쿠도미(30. 여. 일본. 유학생) = 독도나 역사교과서 모두 이야기하기가 굉장히 민감한 문제다. 이미 양국 간의 감정적 이슈로 발전해 왔지만 이제 서로 감정적인 대응을 삼가면서 양국 간 좋은 관계로 개선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일 정부가 역사교과서와 야스쿠니 신사참배, 위안부 등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를 좀 더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한다.

 

매트 허지스(英. 26. 언론인) = 한국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 일 정부의 행동이 아주 거만하고 잘못을 사과할 줄 모르는 태도라서 그런지 한국인들에 동정심을 갖고는 한다. 하지만 독도문제는 몰라도 역사교과서 문제에 격렬히 항의하는 것은 역효과가 날 수 있다. 한국이 아직도 일본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holding a grudge)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특히 과거에 집착한다는 인상보다 이를 극복해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노동 등 많은 문제들을 시위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선종(善終)하신 로마 교황 요한 바오로 2 세가자신을 저격한 터키 청년을 용서한 점이 하나의 교훈이 되었으면 한다.

 

▲미 8군 소속 대위(28. 남) = 한국인들이 무척 상심해 있는 점을 알고 있다. 대사관 밖에서 (일본) 국기를 불태우는 것도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줄 수 있는 적절한 메커니즘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이처럼 감정적인 대응방식보다는 전 세계 언론인들을 상대로 일본의 역사교과서가 어떻게 왜곡돼 있는지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홍보하는 일이 일본과 진정으로 싸워 이길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본다. 주한 외국인 다수는 양국이 왜 이토록 치열하게 다투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하물며 한국을 전혀 모르는 외국 사람들의 경우에 어떻겠느냐. 일부에서는 외국국기를 태워 없애는 모습을 보고 성숙되지 못했거나 어린아이 같은 대응으로 폄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감정적인 대응이 일본 정부나 관계자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다는 점이다.

 

▲베르나드(30. 남. 벨기에. 유학생) = 독도와 교과서 문제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지만 한. 일 양국이 민족주의적 차원에서 분쟁을 벌여왔다면 반대한다. 양국의 지식인들이 왜 이런 문제로 서로 싸우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양국 지도자들 모두 국내 정치, 경제상의 문제를 감추려는 수단으로 분쟁을 일으키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특히 양국 지도자들은 감정적인 이유로 대중을 선동하는 일이 없도록 감정적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

 

캐나다 영문뉴스 에디터(26. 남) = 주한 외국인들은 한국과 일본이 독도분쟁에 이어 역사교과서 문제를 둘러싸고 힘 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을 관심 있게 보고 있다. 그런데 영토 문제나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몰라도 한국인들의 대응 방식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외국인 친구들 중에는 최근 일본대사관 등지에서 벌어지는 한국인들의 시위에 대해 충분히 성찰해 보기 전에 또 시위의 계절인 4월이 돌아왔네식으로 빈정대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들에게 한국의 정당한 입장을 적극 홍보하면서 한편으로는 일본과도 과거사를 둘러싼 이견을 극복하면서 21세기로 나아가는 대국적인 차원의 외교를 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토머스 오웬비(28. 미국. 유학생) = 독도와 역사 교과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 또 일본이 과거 한국에서 자행한 잘못을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깊은 유감을 표한다. 한국정부와 국제사회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원만한 해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힘쓰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