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욕 ․ 식욕 ․ 성욕 감퇴 . 혹시 나도 우울증 ?
서울신문 2005. 02. 28.
우울증에 대한 7가지 편견
1. 우울증은 힘든 일이 있을 때 생긴다 : 우울증은 유전성이 강하며 취약한 체질에서도 올 수 있다.
2. 우울증은 의지가 약해서 생긴 것이라 본인이 마음만 먹으며 나을 수 있다 : 우울증은 뇌신경 전달물질의 이상에서 오는 질병이다.
3. 우울증은 내 잘못으로 생긴 병이다 : 죄책감은 우울증의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4. 우울증은 병이 아니라 충격으로 생긴 일시적 현상이다 :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화로 이어져 더욱 치료가 어렵다.
5. 우울증은 슬프거나 기운이 없고 피곤한 상태이지 병이 아니다 : 우울증은 분명한 질병으로 단순한 우울감과는 다르다.
6. 우울증은 못 고친다 : 초기에 치료받으면 완치가 가능하다.
7. 우울증은 귀신 들린 현상이다 : 우울증은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질환일 뿐이다.
영화배우 이은주 씨의 자살을 계기로 새삼 우울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우울증과 자살의 상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자살자의 70%가 우울증을 가졌으며, 우울증 환자의 자살 가능성이 일반인에 비해 무려 41배나 높은 것으로 보고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간 6000여 명의 자살자 가운데 80%인 5000명 정도가 우울증 환자로 추정된다.
●누구나 가진 우울증 우울증은 성인의 11% 정도가 가질 정도로 흔하지만 이은주 씨의 예에서 보듯 질환에 대한 무지와 편견으로 정상적인 치료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성인 6명 중 1명이 우울증을 가졌지만 우울증이라고 여기지 않거나 엉뚱한 치료를 받느라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지난 96년에 정신과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의 50%를 차지한 정신분열증 환자가 2001년 이후 급감한 반면 우울증, 조울증 등 기분장애 환자는 40%나 증가하는 등 정신질환 발생추이가 크게 바뀌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일상적 스트레스와 관련이 많아 앞으로도 우울증 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삼욕 감퇴라면 문제 우울증이 나타나면 의욕상실, 정서적 슬픔과 함께 삶에 흥미를 잃게 된다. 신체적으로는 만성 피로감과 가슴 답답함, 어지럼, 식욕부진과 두통, 근육통, 성욕감퇴, 불면증 등이 나타나는데, 특히 의욕,식욕,성욕의 3가지 기본욕구 감퇴가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증상은 하루 중 아침 기상 시에 가장 심하며 이때의 충동이 자살의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다. 또 우울증 환자의 10%는 자살충동과 함께 피해의식과 망상, 환청 등 환각증상을 겪는 정신질환으로 발전하는 만큼 예방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다.
우울증은 여러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생물학적으로는 뇌의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 도파민 등이 부족해서 생기며, 자존감이 낮고, 자신에 대해 엄격하거나 의존적인 사람이 외향적인 사람보다 발병률이 높다. 이혼, 사별, 실직, 스트레스도 주요 원인이며 이밖에 뇌, 소화기, 심장 등에 심각한 질환을 가진 경우에도 우울증이 나타난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2배 이상 높은 발병률을 보이며, 가족력이 있는 사람의 발병률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배 이상 높다.
●치료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은 기질에서 비롯된 어쩔 수 없는 질환이라거나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정신질환인 우울증을 환자 자신이 감당할 수는 없으며, 치료 시기만 놓치지 않으면 완치가 가능한 질환이다. 지금까지는 획일적 약물치료(항우울제)에만 의존해 완치율이 낮았으나 최근에는 환자의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치료와 인간관계를 고려한 “대인관계 치료”가 선보여 재발을 막고 치료시기를 크게 단축한다.
●예방책 규칙적인 식사와 충분한 휴식, 적당한 신체활동 등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자신 있는 생활태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트레스는 즉시 해소하며, 주변 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환자에게서 자살 징후가 나타나면 충동적 행동을 못하도록 관찰하며 서둘러 의사를 찾아야 불행한 사태를 막을 수 있다.
■ 도움말 전우택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교수, 윤세창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