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지진해일 참사 … 동물들은 알았다
국민일보 2005. 01. 03.
사람만 몰랐다?
이번 아시아 남부의 지진해일로 큰 피해를 입은 나라인 스리랑카. 특히 남동부의 얄라 지역에는 내륙 3㎞ 지점까지 해일이 밀려와 200여 명의 사람이 숨지는 등 피해가 극심했다. 그런데 스리랑카 최대의 야생동물 보호지역인 ‘얄라 국립공원’에서 서식하던 표범 코끼리 원숭이 등 수많은 동물들은 한 마리도 죽은 채 발견되지 않았다. 공원 관계자들은 “지진을 미리 감지하고 고지대로 대피한 것 같다” 고 말했다.
동물들이 지진이나 기후변화를 미리 감지하는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1970년대 독일 과학자 헬무트 트리 부치는 유럽 중국 일본 미국 등에서 178마리 동물들이 지진 전에 보였던 특이 행동들을 모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진이 나기 전 가축들은 우리를 뛰쳐나가려 하며 반대방향으로 움직이기를 거부한다. 또 새의 무리가 갑자기 원을 그리며 날고 호랑이와 같은 사나운 동물들은 유순하게 행동한다. 겨울잠을 자던 뱀과 곰 등이 밖으로 나오고 깊은 바다의 물고기들이 표면에 떠오르기도 한다.
트리 부치는 동물들이 이런 행동을 보일 수 있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후 연구들은 동물의 예민한 감각이 미세한 진동이나 전자파, 중력의 변화 등을 감지하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2003년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은 지진 전에 쥐가 마구 돌아다니거나 얼굴을 긁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것은 지진 때 관측되는 전자 펄스(박동)를 몸으로 느끼기 때문이라는 점을 실험으로 증명했다. 또 메기는 지진 전 지각이 서서히 무너질 때 발생하는 전자파를 포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물고기들이 폭풍 전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은 부레가 기압변화를 민감하게 느끼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이 같은 동물들의 능력을 지진, 기후 예측에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1969년 톈진시의 지진 때 동물들의 이상 행동으로 지진을 정확히 예측했으며 1975년 하이청에서의 지진 때는 이를 보고 받은 관청이 100만 명 이상의 주민을 대피시켜 피해를 최소화했다. 그러나 두 번의 성공적 예측으로 중국학자들이 가졌던 자신감은 곧 무너졌다. 1976년 당산(唐山)에서 발생한 지진은 20만 명의 사망자를 냈으나 앞서와 같은 전조현상들이 관찰되지 않았던 것이다.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과학자들은 동물들의 예지력을 재해 예측과 연결하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지진파 감지장치들이 구별하지 못하는 지진파들 간의 차이, 즉 수시로 발생하는 지진파들과 큰 지진 전에 나타나는 지진파의 차이를 동물들이 어떻게 알아보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인간은 자신들에게만 없는 이 능력을 보완하기 위해 최첨단 장비들로 자연재해를 예측하려 애써왔다. 그러나 여전히 재해 때마다 동물들 뒤에 남겨져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인간으로서는 동물들의 예측력에 대한 연구 또한 계속해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