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봉 성탄 점등식 중단은 장병들에 종교의 자유 제한”
국민일보 2004. 11. 20.
매년 성탄절을 즈음해 북한 동포에게 자유와 평화, 예수님의 사랑을 전하던 서부전선 최전방 애기봉의 성탄등탑이 50년을 채우지 못하고 빛을 잃게 됐다.
해병 2사단은 19일 군사분계선 지역의 모든 선전물을 제거하기로 한 남북간 합의사항에 따라 올해는 애기봉 성탄등탑 점등 행사를 갖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초 해병 2사단은 성탄등탑 점등 50주년을 맞는 올 성탄절에는 대규모 축하행사를 계획했으나 지난 6월 열린 제2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 군사분계선 지역에서의 모든 선전활동을 중단키로 합의함에 따라 성탄등탑 점등식조차 갖지 못하게 됐다.
한국교회언론회는 논평을 통해 “우리 군 장병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성탄등탑 점등을 허용해야 한다” 며 “특히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이유로 장병들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언론회는 이어 “이제라도 청와대와 국방부가 종교시설물 설치와 운용에 대해 재고하고 성탄등탑이 환하게 밝혀져 장병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애기봉 등탑은 1954년 북녘 동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처음 설치된 이후 매년 성탄절과 석가탄신일에 불을 밝혀왔다.
처음에는 소나무를 베어 성탄수로 사용하다가 몇 년 뒤 30m 높이의 철골구조물로 바뀐 뒤 900여 개의 오색전구가 이곳에서 2~3㎞ 떨어진 개성시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북측은 제2차 장성급 회담에서 이 등탑이 개성시에서도 볼 수 있다며 철거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북측은 “자유로의 차량 불빛과 애기봉의 철탑이 북측을 가장 자극하고 있다” 고 불만을 표시했고, 남측은 “등탑은 순수한 종교행사 차원”이라고 설득했다. 결국 양측은 가림막을 설치키로 합의했다. 그러나 군은 30여 m 높이의 가림막을 설치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철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