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잘 달려 지구 지배”
문화일보 2004. 11. 19.
원숭이에 없는 엉덩이등 신체구조 달리기에 적합
인간이 달리기에 적합한 신체구조를 가진 것이 가장 우수한 종으로서 세상을 지배할 수 있게 된 비결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학 대니얼 리버먼(인류학) 교수와 유타대학 데니스 브램블(생물학) 교수는 18일 자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달리기에 적합한 20여 가지 신체적 특징들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긴 보폭으로 달릴 수 있는 다리와 발의 힘줄, 인대, 열을 식히는데 적합한 두개골 구조, 달릴 때 하체와 상체 간의 균형을 잡아주는 짧은 팔뚝, 충격을 잘 흡수해 주는 커다란 허리 추간판, 열을 발산시켜 주는 피부와 혈관 등이 달리기에 필요한 해부학적 특징이라는 것.
특히 원숭이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엉덩이야말로 인간이 잘 달릴 수 있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달릴 때 발이 땅에 닿는 순간 상체가 앞쪽으로 약간 기울게 돼 있는데 이때 엉덩이가 상체를 안전하게 떠받혀 코방아를 찧지 않게 막아준다는 것.
연구진은 이들 특징이 현인류가 약 200만 년 전 아파리카의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먹잇감을 사냥하는 과정에서 얻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연구는 달리기가 최소 450만 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두 다리로 걷기 시작하면서 생긴 부산물이라는 기존 가설과 배치된다. 연구진은 달리는 데 적합한 체형으로 진화하는 데에도 수백만 년이 걸리므로 달리기가 직립보행의 부산물이라는 주장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또 원시인류는 달릴 수 있게 된 대가로 나무에 잘 오르는 신체적 특징을 상실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만일 인류조상이 자연선택을 통해 달리는 능력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인간은 지금 원숭이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