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주축인 다단계 업체
국민일보 2004. 11. 12.
대학생 수천 명 등쳐
대학생 수천 명을 다단계 판매 조직원으로 끌어들여 수십억 원을 가로채온 불법 다단계 업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대학생 조직원 모집을 주도한 이 회사 주요 간부들 역시 대학생이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11일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보장한다며 대학생들에게 다단계 수법으로 물품을 강매한 혐의(방문판매업법 위반)로 T사 대표 박모(36)씨와 대학생 2명이 포함된 간부 5명 등 모두 6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5명을 검거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2003년 1월부터 서울 방이동 역삼동 등에 본점과 지점 사무실 2곳을 차려놓고 대학생들을 모집, 건강식품, 속옷 치약 비누 등 2만~3만 원대 생활용품을 20만~40만 원의 고가에 팔아넘기고 하위 판매원들을 모집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T사 사무실 3곳을 압수수색한 결과 전체 다단계 회원 3000여 명 중 90% 이상이 대학생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역삼동 지점에서 올 상반기에만 30억 원 이상 매출을 기록했으며, 대학생 회원들의 피해 규모는 모두 64억 원대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에게 “학자금을 대출해 준다” 고 제안하고, 지방 학생들에겐 “서울에 당신 전공과 꼭 맞는 일자리가 있다” 고 유혹해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이후 학생들에게 제2금융권에서 300만 원씩 학자금을 대출받게 한 뒤 이를 대부분 다단계 판매품 구매에 사용토록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남자 회원들에게는 “물건을 많이 구매해 다단계 직급이 골드 이상이 되면 군 면제 방법이 생긴다” 고 속이기도 했다.
피해자 조모(22? 여? 대학 2년)씨는 “350만 원을 대출받아 다단계 회원으로 들어갔다가 대부분 날리고 빚만 계속 불어나 신용불량자가 됐다” 며 “학업을 중단한 채 빚을 갚으려고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경찰은 “지점마다 조직을 통솔하는 고위 간부가 30명쯤 되는데 대부분 대학생” 이라며 “서울지역 영업을 주로 맡은 역삼지점 간부 중엔 명문대생도 상당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