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유 있는 교육 38년… 학생들 망쳤다”
조선일보 2004. 11. 04.
學力고사 부활 추진 문부상, 총리에 개혁안 건의 “학력, 세계의 톱을 목표로”
학생들의 부담이 크고 학교에 학력서열이 매겨진다는 이유로 폐지됐던 일본의 전국학력고사가 다시 부활할 가능성이 크다고 일본언론들이 3일 보도했다. ‘여유 있는 교육’에 따른 학력 저하가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결책으로 등장한 것이다.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일본 문부과학상은 교육현장의 경쟁의식을 높이기 위해 전국 학력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무교육개혁안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에게 전달했다고 일본언론들이 전했다. ‘되살아나라 일본’이라는 제목의 메모 형식으로 전달한 이 개혁안은 나카야마 장관 개인 자격으로 만든 보고서로, “교육개혁을 고이즈미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일련의 개혁의 총정리로 삼아야 한다” 고 주장했다고 일본언론들은 전했다.
나카야마 장관은 현재 국력의 기초인 교육이 위기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교육을 국가의 전략이라고 규정하고 ‘학력으로 세계의 톱을 목표로 한다’ 고 밝히고 있다고 일본언론들은 전했다.
나카야마 장관은 (학력저하에 따른) 교육의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 아이들과 학교․지방자치단체가 자신의 학력이 어느 정도인지 ‘위치’를 판단하고 경쟁해 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전국 학력고사 실시를 단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일본언론들은 전했다. 나카야마 장관은 어느 연령대의 학생이, 어느 규모로 시험을 쳐야 할지 밝히지 않았으나 “전국 규모로 될 수 있는 대로 넓은 범위에서 실시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고 일본언론들은 보도했다.
일본은 1956년부터 전국학력시험을 실시했으나 학교 간, 지방자치 단체 간의 지나친 경쟁을 조장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1966년 폐지됐다. 당시 일본에서는 “점수지상주의를 조장하고 학교가 서열화될 우려가 있다” 는 비판이 있었으며 교원들의 단체인 일교조(日敎組)가 반대운동을 제기하고, 학력테스트를 해선 안 된다는 소송이 잇따랐다. 이후 1980년대부터 최대 전체 학생의 9%를 추출해 ‘교육과정 실시상황조사’라는 이름의 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입시교육에서 학생들을 해방시켜 주기 위해 시작한 ‘여유 있는 교육’ 은 그동안 학생들의 학력을 떨어뜨려 국가경쟁력을 근본적으로 저하시킨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으며, 작년부터는 일본도 ‘여유 있는 교육’ 방침을 실질적으로 포기한 상태다. 다만 문부성 내에서는 전국학력고사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실제로 시험이 실시될지 여부는 아직 분명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