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 “우연한 현상” 허리케인 원인 논란
경향신문 2004. 09. 21
미국에서 올 들어 허리케인이 급증, 그 원인을 둘러싸고 과학자들 간에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이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고 있으나 ‘우연한 자연현상’이라고 의미를 축소하는 쪽도 있다.
올 들어 최근 6주 동안 미 동남부와 카리브해 지방에는 열대성 폭풍 4개를 포함해 5개의 강력한 허리케인이 발생했거나 진행 중인 상태다. 이로 인해 사망자만도 150명을 넘어섰으며, 재산피해도 수조 원에 달하고 있다. 미 국립허리케인센터의 맥스 메이필드 소장은 “내 기억에 이처럼 짧은 기간에 많은 허리케인이 찾아온 적이 없다” 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상전문기자는 19일 “올해 미국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강력한 허리케인을 보면서 나는 세계의 기후가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려 하고 있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잦은 허리케인이 해수면 온도 상승과 온실가스 효과 등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면서 “기후변화의 현실과 조속한 조치의 필요성을 강력하게 일깨워 주고 있는 것 같다” 고 강조했다.
허리케인의 잦은 발생을 지구 온난화와 연계시키는 과학자들은 허리케인이 따뜻한 바다 위에서 형성돼 바다에서 내뿜는 증기로 에너지를 집약시키는 만큼 지구가 따뜻해질수록 잦아지고 강해지는 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보는 측은 허리케인의 주기성에 주목하고 있다. 즉, 올해 허리케인이 이례적으로 많고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많았다는 것이다.
허리케인과 지구 온난화가 연관돼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향후 어떤 식으로든지 허리케인 등 기상이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