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작업 눈 생각해 쉬엄쉬엄
한겨레 2004. 04. 22.
많은 직장인들이 눈의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는 직장인들은 가까운 모니터 화면만 계속 쳐다보게 돼 쉽사리 눈이 피로해지면서 눈의 불쾌감이 느껴지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복시가 나타나기도 하고 심한 경우 머리가 아프면서 구역질이 나기도 한다. 안과 전문의들은 “대부분의 눈의 피로는 눈 자체의 이상보다는 오랜 시간의 작업을 할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며 “일 하는 중간에 틈틈이 쉬어 주는 것이 가장 좋으며 사무실의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거나 개인적으로는 인공 눈물을 사용하는 것도 눈의 피로 예방에 도움이 된다” 고 설명했다.
보통 컴퓨터 작업에 몰두할 때면 바깥공기와 접하는 눈의 면적이 커지는 반면 눈을 깜빡 거리는 횟수는 줄게 돼 15~20분만 지나도 눈이 건조해지면서 피로를 느끼기 쉽다. 이 경우 눈이 피로하다는 신호는 아주 다양하게 나타난다. 눈이 따갑거나 부시기도 하고 무겁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며 때로는 무딘 통증을 느끼기도 한다.
문서 작업보다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경우 모니터 화면에 집중하는 정도는 더 심해져 눈의 피로가 더 심해지기 쉽다. 조윤애 고려의대 안암병원 안과 교수는 “컴퓨터를 이용해 작업이나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눈의 건조를 막는 눈물막의 파괴 시간이 데스크톱 컴퓨터를 사용해 게임을 하는 경우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며 “게임에 집중하다 보니 눈 깜빡임 등이 덜한 것이 원인으로 생각되며 결과적으로 눈의 피로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고 말했다.
실제 조 교수팀의 조사에서 데스크톱 컴퓨터를 이용해 게임을 했을 경우 눈을 보호하는 눈물막 파괴 시간이 평균 4.6초로 매우 짧았고, 문서 작업할 때는 5.7초,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는 12.7초로 나타났다. 편안하게 쉴 때는 눈을 뜨고 있더라도 자연스러운 눈 깜박임이 많아서 눈물막이 잘 보존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눈의 피로를 줄이기 위해서는 컴퓨터 작업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가장 나은 방법이겠지만 사실상 힘들므로 일단 컴퓨터 작업 중간에 틈틈이 쉬도록 노력해 보는 것이 좋다. 20~30분마다 5분 정도는 모니터 화면에서 눈을 떼고 먼 곳을 쳐다보거나 눈을 감고 위, 아래, 좌우로 움직여 눈의 피로를 풀도록 한다. 또 모니터의 화면은 눈에서 60~100㎝ 이상 떨어지도록 설치하면 좋다. 화면의 높이는 눈높이 보다 30도가량 낮도록 설치하고 각도는 노트북처럼 눈높이 보다 30도 정도 뒤로 눕혀 놓으면 눈을 크게 뜨지 않아도 되므로 눈의 크기나 노출 정도를 줄여 안구 건조를 막을 수 있다. 또 봄철에는 사무실 안이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도록 해 주고 눈물이 작은 경우 인공 눈물을 사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오랜 시간 동안 일에 집중해 작업하지 않은 경우에도 눈의 피로가 나타날 수 있는데 원시나 난시 때문에 사용하고 있는 안경이나 렌즈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표적 예이다. 따라서 안경이나 콘택트렌즈를 끼고 볼 때 눈의 거리 조절이 잘 안 된다고 느낄 때는 안경이나 렌즈를 새로 맞출 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양쪽 눈의 시력이 차이 날 때도 눈의 피로는 훨씬 심해지기 쉬우며, 사시 등과 같이 눈을 둘러싼 근육의 이상이 생겼을 때도 사물에 초점을 맞추기 힘들어 곧잘 눈에 피로를 느끼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