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이혼율 산정기준 오류”
한국일보 2004. 04. 20.
법원행정처 지적
우리나라의 이혼율은 ‘2쌍 중 1쌍’ 일까, ‘11쌍 중 1쌍’ 일까. 지난해 12월 말 ‘우리나라의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에 달해 곧 세계 최고가 될 것’이라는 보건복지부 등의 발표에 대해 법원행정처가 19일 “이혼율을 지나치게 높게 산정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통계적 오류를 지적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모 대학과 공동발간한 연구보고서에서 2002년 한 해 동안 결혼 30만 6,600건, 이혼 14만 5,300건으로 결혼 대비 이혼율이 47.4%이며, 이는 미국(51%) 스웨덴(48%)에 이어 세계 3위라고 분석했다.
또 현 상태가 유지될 경우 이혼율이 50%를 넘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특정 연도의 ‘결혼건수 대비 이혼건수’를 이혼율로 산정한 복지부 방식에 대해 “그 해 결혼한 부부가 이혼한 것으로 오해될 수 있어 통계로서 인용하기에 부적절하다” 고 주장했다.
복지부 방식대로라면 특정한 해에 결혼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 경우 이혼율이 100%를 넘을 수도 있어 “연도별 결혼건수와 이혼건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는 것이 법원행정처의 판단이다.
법원행정처는 또 대부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통계청이 채택한 조이혼율(粗離婚率)도 유럽의 이혼율과 우리나라의 이혼율을 비교하는 기준으로 부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조이혼율은 해당 연도의 이혼건수를 총인구로 나눈 뒤 1,000을 곱해 산출하는 천분율. 법원행정처는 “유럽의 경우 사실혼 관계만 맺는 경우가 많아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부적합하고, 이 경우 청소년이나 미혼자 등 결혼하지 않은 사람까지 모두 이혼율 계산에 포함하고 있다” 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법원행정처는 정확한 이혼율 산출을 위한 대안으로 ‘결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총 결혼 횟수 대비 총 이혼 횟수를 이혼율로 산정하는 방식’을 제시했다. 이 방식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결혼 경력자의 총 결혼 횟수는 2,815만 6,405건, 총 이혼 횟수는 262만 3,659건으로 이혼율은 9.3%여서 ‘11쌍 중 1쌍’ 이 이혼한 셈이 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공식 이혼율 산정방식의 부재로 기관별 통계가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 며 “정확한 통계로 혼란을 해소하고 이혼에 대한 심리적 도미노현상을 막아야 한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지난 연말의 발표는 이혼의 심각성을 보여주기 위해 여러 통계방법 중 이런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법원행정처의 통계가 정확할지는 모르겠으나 얼마나 효율성이 있을지는 의문” 이라며 “분모 집단이 너무 커 변동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