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적 태운 잿물 마시기’도 강의?
일간스포츠 2004. 04. 19.
엽기 체험도 수업의 하나. 서울 소재 명문 K대학의 모 교수가 수업 시간 중 학생들에게 부적을 태우게 한 뒤 만든 잿물을 모두 마시도록 한 ‘엽기 체험 강의’가 있었다.
최근 ‘도교로 보는 중국 문화’ 란 강의시간에 K대생 A 씨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담당 교수가 장난스레 제안한 ‘체험’ 이 실제로 진행된 것. A 씨 등 10여 명의 수강생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부적을 태운 후 만든 재를 물에 섞어 마셔야 했다.
A 씨는 “수업 중에 교수님이 옛 도교인들은 기복신앙으로 부적을 태워 만든 잿물을 마셨다고 말했다” 며 “그냥 흘려듣고 넘어가기보단 우리도 한번 해보는 것이 어떨까 하고 말씀하셨다” 고 밝혔다. A 씨는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진짜로 잿물까지 마시게 돼 당황스러웠다” 고 말했다. “수업 중에는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며 “하지만 수업이 끝난 후 수강생들 간의 반응이 극명하게 갈려 논란이 됐다” 는 A 씨의 말처럼 잿물을 마신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수강을 희망했던 학생들의 관심사를 벗어 난 진행이었다” 며 “학생의 종교적 자유권을 충분히 보장해주지 못한 것이 아니냐” 는 불만 섞인 반응들도 많았다. 하지만 이들 학생들도 잿물 체험과 관련해 공식적인 항의 표명 등을 하지 않아 수업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일부 학생들은 “대학이라는 공간이기에 이색적인 수업도 가능하지 않겠느냐” 며 “아주 신선한 경험이었다” 는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부적 잿물 사건은 입소문을 타고 학교 전체로 빠르게 퍼졌다. 전체 학생들의 반응도 갈려 ‘신선한 체험’ 이란 쪽과 ‘시대착오적인 강의’ 란 쪽으로 나눠져 논쟁이 일었으나 수강생들이 그 일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