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얼굴빛 건강 신호등!
국민일보 2004. 03. 03
그놈 참 실하게 생겼네.’ ‘얼굴이 누르께한 게 밥 좀 잘 먹어야겠어.’
어르신들이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흔히 하는 말이지만 그냥 흘려서는 안 된다. 얼굴빛은 아이의 건강을 확인하는 척도이기 때문이다. 즉 자녀의 얼굴이 붉은 지, 푸른지, 누런빛인지 따져보면 아이들의 질병을 알아내는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것.
어린이 전문 서울 서초 함소아한의원 이상용 원장은 “실제로 아이 얼굴이 청색을 나타내면 간 기능에, 적색을 나타내면 심장에, 황색을 띠면 소화기에, 백색을 나타내면 호흡기에, 흑색을 나타내면 신장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므로 평소 부모들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어린이의 얼굴 빛깔에 따른 건강 상태와 그에 따른 적절한 한방 처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풀빛… 간기능 이상… 뛰어놀도록
얼굴이 푸른 것은 간 기능과 관련이 깊다. 동의보감에는 간 기능에 문제가 있으면 얼굴이 푸르고 화를 잘 낸다고 했다. 옥이나 비취처럼 맑은 청색은 건강한 색이지만, 풀빛 같은 청색을 띤다면 간 기능의 이상을 의심할 수 있다. 특히 경련을 자주 하는 아이는 미간과 코 주변, 입술, 손톱에서도 푸른빛이 보이며, 얼굴색이 푸르면서 약간 검은빛이 돈다면 체내에 어혈(피가 뭉친 상태)이 쌓였을 가능성이 크다. 간 기능이 떨어진 아이들은 신경질적이고 밤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아이들은 넓은 곳에서 뛰어놀게 하면 간과 신장 기능이 좋아지고 건강한 혈색을 갖게 된다. 위축되고 막힌 간의 기능을 잘 풀리게 하는 흰쌀, 쇠고기, 대추, 아욱 등을 자주 먹이는 것이 좋고, 약간 매운 종류의 음식을 먹이는 것도 좋다.
△산조인 죽=산조인은 심장과 간, 담(쓸개)을 보하고 비(비장)의 기능을 돕는다. 따라서 가슴이 답답하거나 잠을 자지 못하고 , 잘 놀라는 등 신경이 예민하고 쇠약한 아이에게 좋다. 산조인 20∼30g을 절구에 으깬 뒤 물에 끓여 물을 밭여낸다. 쌀로 죽을 끓이다가 죽이 반쯤 됐을 때 산조인 국물을 넣고 죽을 완성 한다.
◇붉은색… 심장기능 약해 신경 예민
얼굴빛이 닭 벼슬처럼 밝은 빨간색이면 건강한 것이고, 탁한 붉은색은 좋지 않은 색으로 판단할 수 있다. 심장 기능이 약하면 얼굴이 쉽게 붉어지는데 이런 아이들은 신경이 예민하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특징을 보인다. 얼굴이 붉은 아이들은 위장 기능이 약한 경우도 많아 구취도 심하고 변비를 자주 앓는다. 뺨에 통통하게 살이 올라 발그레한 것이 아니라 얼굴 전체가 붉다면 치료를 고려해봐야 한다.
이런 아이들은 또 너무 덥게 키우지 말고, 성질이 맵거나 뜨거운 음식은 피해야 한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열이 잘 오르고 감기에도 쉽게 걸리므로 부모가 신경을 써줘야 한다. 보리 양고기 살구 부추 자두 팥 등은 심장에 기운을 주므로 많이 섭취하게 하는 것이 좋다.
△박하차=박하는 해열, 해독 작용이 있으며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인후부위를 시원하게 해 감기 기운으로 열이 날 때 이용하면 좋다. 박하잎을 깨끗이 씻어 말린다. 물 1ℓ를 끓이다 박하잎 30g을 넣고 20분 정도 더 끓여 박하맛을 우려낸다.
◇황톳빛… 소화기 부실·몸속 다습
얼굴이 황색인 것은 소화 기능과 깊은 관련이 있다. 소화기의 기운이 약하고, 체내에 습기가 많은 경우 얼굴이 노랗고 트림을 자주 하게 된다. 귤, 늙은 호박 등을 많이 먹어도 얼굴이 노래지는데, 이는 ‘카로틴 혈증’때문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노란색을 띠는 카로틴이 과도하게 축적돼 생기는 것으로 건강에는 지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 얼굴이 황토 흙 같은 색이거나, 고동색을 띤다면 소화 기능이 좋지 않은 것으로 치료가 필요하다.
소화기가 약한 아이는 배를 따뜻하게 해 주고, 음식을 억지로 먹이기보다는 적은 양을 여러 번으로 나누어 먹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식사 시간 사이는 가급적 간식도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얼굴이 누르스름한 아이들은 기운이 약한 경우가 많으므로 운동을 격하게 시키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출 찹쌀죽=백출은 소화액의 분비를 촉진시켜 음식물의 소화 흡수를 도와주고 기혈의 순환을 원활하게 해 준다. 백출 30g을 끓여 우려낸 물에 찹쌀 60g을 넣고 죽을 쑨다.
◇창백… 약한 호흡기… 비염 조심
한의학에서는 살찌고 얼굴이 하얀 사람은 호흡기가 약하고 기운이 허하다고 본다. 하얀빛에 은은한 맛이 있으면 건강한 얼굴빛이지만 메마른 느낌 이거나, 약간 검은빛을 띠면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얼굴이 창백한 아이들은 호흡기가 약해 재채기를 자주 하고 감기나 만성비염, 축농증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
호흡기가 약한 아이들은 알레르기 질환에 민감하므로 면역력을 키우는 데 신경 써야 한다. 찬바람을 맞거나, 찬 음식만 먹어도 기침을 하므로 조심해야 하지만 너무 덥게 키워서는 안 된다. 맑은 공기의 산림욕은 호흡기를 튼튼하게 한다. 호흡기와 폐의 기운을 돕는 닭고기, 복숭아, 파 등을 먹이는 것도 좋다. 지속적인 운동으로 폐활량을 키우는 것도 도움 된다.
△맥문동 차=맥문동은 마른기침이 날 때나 마음이 답답하고 불안하며 불면증이 있을 때도 효과적. 물 1ℓ에 맥문동 15∼20g을 넣고, 물이 반쯤 줄 때까지 한 시간 정도 끓여 하루에 세 번 정도 마신다.
◇검은색… 신장기능 안 좋은 징후
한의학에서 윤기가 나는 검은 피부는 신장(콩팥)의 기운이 강한 것으로 건강의 상징으로 본다. 또한 신장이 강하면 뼈도 강하기 마련이어서 성장기의 아이들에게 신장의 건강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얼굴이 검다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신장의 기능이 떨어져도 얼굴빛이 까맣게 변하는 데 특히 얼굴빛이 윤기 없이 숯 같은 느낌이 들면서 하품이 잦다면 신장 이상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얼굴빛이 검으며 신장 기능이 안 좋을 때는 탄 음식이나 뜨거운 음식을 피하고, 옷을 입힐 때도 조이는 옷이나 더운 옷은 입히지 말아야 한다. 신장의 기능을 보해주는 콩, 돼지고기, 밤, 미역 등을 먹이는 것이 좋다. 매운 음식도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먹이는 것은 피해야 한다.
△검은콩=검은콩은 해독작용이 뛰어나며 신장기능을 보양하고 강정작용과 피를 맑게 한다. 검은콩 1컵을 식초에 7일 정도 담근다. 식초에 담근 검은콩을 10알씩 먹거나, 검은콩을 담갔던 식초를 1잔의 생수에 3∼4작은술씩 넣어 공복에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