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뚱뚱한 사람이 심하다
주간조선 2004. 02. 19
키 1m 70에 체중 80㎏인 박모(42․회사원․서울 송파구 송파동)씨는 최근 부인의 손에 이끌려 인근 대학병원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원인은 심한 코골이. 박 씨의 코골이는 부인이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심해서 2년 전부터는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부부가 각방을 써 왔다. 특히 술자리 회식이 있는 날이면 숨이 끊어질 듯 이어지기를 반복, 혹시 남편이 숨지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 때문에 부인이 잠자리를 지키며 깨우기 일쑤였다.
진찰 결과 박 씨는 편도선이 정상인에 비해 2배 정도로 비대해져 있었고 목젖도 2배 이상 늘어나 있었다. 박 씨는 어려서부터 편도염을 자주 앓았고 특히 감기에 걸리면 심한 코막힘에 고생했다는 것이다.
박 씨는 목젖의 크기를 반 이상 줄이고 편도를 성형하는 수술을 받은 다음에야 심한 코골이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평상시 코골이가 없어졌으며 술 마셨을 때에도 이전의 3분의 1 강도로 나타나 박 씨 부부는 다시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됐다. 성인 4명 중 한 명꼴로 코를 곤다는 연구결과가 나올 정도로 코골이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조사에 의하면 성인의 45%는 종종 코를 골고 25%는 습관적으로 코를 곤다고 한다. 코골이 빈도는 남자가 여자에 비해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높아져 60대 이후에는 절반 이상이 습관적으로 코를 골게 된다. 어린아이도 어른처럼 요란하게 코를 골아 부모와 함께 이비인후과를 방문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사람은 똑바로 누워 자기 때문에 발생
이전에 코골이는 숙면(熟眠)의 징표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건강상 좋지 않다는 것이 상식이 됐다. 특히 수면 중 10초 이상 기도(氣道)가 완전히 폐쇄되는 호흡 정지상태가 반복되는 수면무호흡증까지 동반되면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코골이는 수면 중 호흡에 의한 공기 흐름이 주변 조직의 방해를 받아 생기는 떨림음으로, 다른 동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사람만의 특유한 현상이다. 사람은 똑바로 누워 잘 수 있지만 동물은 엎드리거나 옆으로 누워서만 자기 때문이라고 한다. 코골이 소리의 강도는 보통 50dB 이상이나 기네스북의 최고 측정 수치는 고속버스 엔진 소리와 비슷한 93dB로 기록돼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코골이로 인한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하게 코를 고는 사람은 수면이 중단돼 종일 수면 부족현상을 겪게 된다. 기상 시 두통이 나타나고 낮에는 졸음이나 피로감을 쉽게 느끼게 된다. 가족 구성원에게도 잠을 잘 못 이루게 해 가족의 생활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졸음운전으로 인한 자동차사고 위험도 정상인의 5배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성욕감퇴 및 인간성의 변화 등 육체적, 정신적 장애를 일으킨다.
더 위험한 것은 고혈압과 심근경색 발병률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특히 수면무호흡증은 계속되는 호흡정지로 인해 저산소증을 유발하며 심한 경우 심장마비 등으로 인한 돌연사를 초래할 수도 있다.
술 마시면 근육긴장 풀려… 코 더 골아
코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코골이 원인은 크게 4가지로 설명된다.
첫째, 수면으로 인해 혀와 목젖 등 근육의 긴장이 풀려 호흡 시 이들 조직이 기도를 부분적으로 막고 이로 인한 진동으로 코골이가 생긴다. 성인에게서 생기는 코골이는 대부분 이에 속한다. 평상시 코를 안 골던 사람이 음주 후 코를 골게 되는 것도 술이 근육의 긴장도를 더욱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둘째, 목 안에 기도를 막는 이물질이 생긴 경우이다. 어린이 코골이 환자에게서 많은데 구개편도나 인후편도가 비대해진 경우가 흔하다.
셋째, 목젖이 지나치게 길어져 수면 중 호흡 시 진동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수면무호흡증 등 심한 코골이 환자에게서 흔하다.
넷째, 코감기나 비염, 축농증 등으로 코가 막혀 코로 호흡이 힘든 경우이다. 이때 입을 벌려 호흡하게 돼 목 속의 음압이 높아지게 되고 이로 인해 기도가 좁아져 코를 골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 원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내시경으로 코와 목 속의 호흡통로를 막는 원인을 제거하는 수술요법이 많이 시행된다. 대표적인 것이 목젖 성형수술(UPPP). 이 수술은 쉽게 설명하면 크고 늘어진 목젖의 일부를 절제하고 주름 잡힌 인두 점막을 펴주는 것이다. 환자의 약 85%가 이 수술로 만족할 만한 증상 호전을 보인다. 수면무호흡증도 이 수술로 약 70%에서 증상이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저로 목젖을 줄여주는 레이저 코골이 수술도 시행되는데 원리는 UPPP와 같다. 이 수술은 입원하지 않고 외래에서 수술하는 간편함이 있으며 치료성적도 UPPP와 비슷하다. 그러나 추적관찰 기간이 길어 환자 만족도는 약간 떨어진다. 이밖에 같은 원리의 다양한 새 수술법들이 도입되고 있다.
어린이의 경우 비대해진 인두와 구개편도선 조직을 제거하는 편도선수술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코가 막혀 입으로 호흡함으로써 발생한 코골이의 경우, 코막힘의 원인을 제거하는 다양한 코수술이 시행될 수 있다.
수술로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사정상 수술을 받을 수 없는 환자에게는 호흡보조장치인 상기도 양압기를 착용하게 한다. 이 기구는 수면 중 코에 산소마스크 모양의 장치를 통해 호흡 시 일정량의 공기를 주입시켜 흡기 시 음압으로 인한 기도폐쇄를 막아 준다. 이 장치는 착용하는 동안은 100% 코골이를 막아주지만 착용을 중단하면 재발하는 단점이 있다. 이 외에 후방으로 처지는 혀와 턱뼈를 전방으로 당겨주는 구강 내 장치를 착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코골이 치료법은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치료법을 선택하기 전에 환자의 코골이 원인과 정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두 가지 이상의 치료법을 병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장용주 교수, 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김성완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
◆ 수면무호흡증
방치하면 심장마비 가능성
코골이의 가장 위험한 형태는 수면무호흡증이다. 말 그대로 수면 중 10초 이상 호흡을 하지 않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심하게 코를 골던 사람이 갑자기 숨이 멎은 듯 조용해졌다가 이내 답답한 듯 콰아~ 하고 숨을 몰아 쉬는 장면을 연출한다. 의사들은 이 같은 무호흡 현상이 시간당 5회 이상 혹은 7시간 수면 동안 30회 이상 일어날 때를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대개 심한 코골이의 50% 정도에서 이 같은 무호흡이 동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표준체중보다 15% 이상 비만으로 목이 굵고 짧으며 턱이 작은 체형의 중년남성에게서 가장 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과 상관성이 높아 체중을 10% 줄이면 수면무호흡증이 5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여성의 경우 폐경기 이후 발생 빈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수면다원검사, 입․ 코․ 목 안에 대한 구조적 검사, 혈중산소포화도 검사, 심전도검사 등 9가지 검사를 종합적으로 시행한다. 치료는 일반 코골이 치료법과 같다. 방치하면 심장마비, 뇌졸중 등으로 돌연사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 코골이 예방 수칙
베개 낮추고 옆으로 자라
코골이를 예방하거나 줄이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을 고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째 체중을 줄이고 근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코골이는 비만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다.
둘째 잠들기 전 3시간 동안은 음주를 금한다. 진정제나 수면제 등의 약물도 금한다.
셋째 옆으로 잠을 잔다. 이를 위해 테니스공을 잠옷의 등 쪽에 고정시켜 놓으면 도움이 된다.
이 훈련을 약 3개월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옆으로 누워 자게 된다.
넷째 침대의 머리 쪽을 약간 높인다.
다섯째 수면 중 턱이 들리지 않도록 경추 보호대를 한다.
여섯째 높은 베개를 피한다.
일곱째 함께 자는 사람이 먼저 잠들 수 있도록 배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