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식사, 아이 수명에 영향 미쳐
조선일보 2004. 01. 29
단백질 부족하면 체중미달 ․ 영양결핍 아이 출산
임신 중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체중미달의 영양결핍 아기를 낳게 되고 이런 아기는 수명이 짧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수전 오잔 박사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쥐실험 결과 임신 중 균형 잡힌 영양소를 섭취한 쥐들이 낳은 새끼가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한 쥐들이 낳은 새끼보다 현저히 수명이 긴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오잔 박사는 새끼를 밴 쥐들을 3개 그룹으로 나누어 A그룹엔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먹이를, B그룹엔 단백질이 부족한 먹이를, C그룹엔 보통 먹이를 각각 주고 새끼를 낳은 뒤 21일간의 수유기간에는 어미를 서로 바꿔 A그룹의 어미는 B그룹의 새끼에, B그룹의 어미는 A그룹의 새끼에 각각 젖을 먹이게 했다.
각 그룹의 새끼들 수명을 지켜본 결과 임신 전후에 정상적인 영양을 섭취하고 자란 C그룹은 약 24개월, A그룹은 26개월, B그룹은 18개월로 각각 나타났다. 오잔 박사는 또 다른 실험을 통해 수유기간이 지나 젖을 뗀 뒤 A와 B그룹의 새끼 중 절반씩에만 인간에 비만을 일으키는 식사와 비슷한 고칼로리-고당분이 함유된 먹이를 주고 나머지에는 정상적인 먹이를 주었다. 결과는 놀랍게도 B그룹의 새끼 중 고칼로리-고당분 먹이를 먹은 쥐들은 1년밖에 살지 못했다. 고칼로리-고당분 섭취가 A그룹의 새끼들 수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잔 박사는 이러한 수명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부분적으로는 식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즉 임신 중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않은 어미에서 태어난 몸집이 작은 영양결핍 새끼들은 수유기간 중 영구적인 식욕 증가로 자라는 속도가 빨라 일찍 죽는 반면 어미 자궁에 있을 때 영양을 많이 섭취하고 태어난 뒤 수유 기간 동안 영양 섭취가 줄어든 새끼들은 영구적으로 식욕이 감퇴되어 성장 속도가 느리고 따라서 수명도 길어진다는 것이다.
오잔 박사는 이 쥐 실험 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는 데는 신중해야 하겠지만 사람에게도 똑같은 메커니즘이 작용하는지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