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병 창궐 생태계 파괴 탓
focus 2004. 01. 27
전염병 문제를 생태학적 차원에서 접근하지 하지 않은 채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를 찾아내어 이를 물리치려는 데에만 집착한다면 앞으로 수십 년 내에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호주 국립대학교의 토니 맥미카엘 교수는 ‘영국 의학저널’ 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난 25년 동안 새롭게 출현한 35개 이상의 전염병들의 발생과 전파 양식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현대인의 문명발달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밝혔다.
즉, 국제교류의 증가, 도시인구의 과밀현상, 대량경작의 보편화, 성행태의 변화, 가난, 삼림파괴, 지구 온난화 등이 새로운 질병의 출현과 전파, 그리고, 사라졌던 과거 질병의 재출현을 가져온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이다.
맥 미카엘 교수에 따르면 1976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진드기에 의한 전염병인 ‘라임병(Lymedisease)’이 등장했는데, 이는 사냥 등에 의한 천적 관계의 변화, 삼림파괴, 야생지역으로의 생활공간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 병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에이즈를 능가하는 ‘천형’으로 여겨지고 있는 C형 간염은 마약 투여를 위한 주사기 공용, 수혈 등과 같은 인간의 사회공학적인 행태 변화에서 비롯된 질병이며,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진 이유는 바로 국제교류의 폭발적 증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니파(Nipah)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100여 명이 사망한 것도 인간의 생태계 파괴와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맥 미카엘 교수는 “1970년대에 일부 성급한 사람들은 지구상에서 전염병이 곧 사라질 것이라고 환호했지만, 1980년대와 90년대에 속속 출몰하는 전염병을 지켜보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면서, “전염병 문제에 근본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괴되어 가는 우리의 생태계를 돌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