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백’ 시대의 우울한 단면… 신경정신과 20대 부쩍
국민일보 2004. 01. 27
이십 대 태반이 백수라는 뜻의 ‘이태백’ 세태를 반영하듯 구직과정의 스트레스로 신경정신과를 찾는 20대가 늘고 있다. 30대 이상 여성환자가 주요 고객이던 신경정신과에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해진 지난해부터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등을 호소하는 젊은 층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다.
졸업 후 3년째 취업준비 중인 A 씨(28)는 면접에서만 20번 넘게 떨어지자 지난달 서울 상도동 M클리닉을 찾았다.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다 보니 대인관계에 자신감이 없어지고 우울증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M클리닉 정찬호(39) 원장은 “취업문제로 쌓인 스트레스 때문에 병원을 찾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 며 “겨울방학을 맞아 수능시험을 마친 고3 수험생들이 좌절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현상은 흔했지만 취업문제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중년여성환자 일색이던 서울 삼성동 Y신경정신과에도 취업난이 극심했던 지난해부터 20대 환자들이 찾기 시작해 이달 들어 치료를 시작한 청년실업환자만 10여 명에 이르고 있다.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인 B 씨(29)는 구직 과정의 스트레스로 생긴 우울증과 사회공포증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B 씨는 피해의식과 좌절감으로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 데다 대인기피증세가 심해져 한 달 넘게 상담과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 유창우(41) 원장은 “면접에서 자주 떨어지는 등 부정적 상황에 장기간 노출되면서 위험요소가 없는 상황에서도 공포를 느끼는 20대 사회공포증 환자가 부쩍 늘었다” 며 “이는 본인의 성격, 의지만의 문제가 아니라 경기침체로 인한 청년실업 장기화라는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있다” 고 말했다.
연세대 심리학과 이훈구(64) 교수는 “청년실업의 장기화는 자살률, 정신병원 입원율을 높이는 등 사회적 부작용을 증가시킨다” 며 “일자리 창출과 직업교육 등 고용활성화대책이 절실하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