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
강경철에게는 정신이 약간 모자란 6살 위인 강경임이라는 누나가 있었다. 경철이는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경임이 누나가 자신의 누나라는 것을 너무나도 부끄럽게 여겼었다. 원래 경철이의 집은 아주 부자는 아니었으나 어느 정도 먹고살 수는 있는 집안이었다. 그러나 경임이의 병을 낫게 하기 위하여 병원비로 재산을 없애다가 보니 집안 형편까지 말이 아니게 되었다. 경철이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누나를 놀리는 것 같아서 교회에도 잘 나가지 않고 ‘누나가 죽어버렸으면…….’하는 생각까지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아버지가 일을 나가시면 경임이는 집에서 동생 경철이의 밥상을 정성껏 차렸고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였다.
창피했던 유년 시절이 지나고 경철이가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여름 방학 때에 경철이는 교회 수련회를 간다고 나가서 2주일이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집에서는 가출 신고를 하였고 백방으로 수소문을 하여도 경철이의 행방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2주일이 조금 지난 어느 날 교회의 전도사님께서 경철이의 손을 잡고 경철이의 집으로 왔다. 돈이 떨어진 경철이는 전도사님께 연락을 해서 돈을 빌려 그동안 진 빚을 갚고 여비를 마련하여 올 수 있었던 것이다.
돌아온 경철이를 앉혀놓고 어머니는 옛날이야기를 하셨다. “경철아! 경임이 누나가 저렇게 된 것은 다 너 때문이란다. 네가 4살 때에 이 층집 옥상에서 놀다가 떨어질 위험에 처하자 너를 보호하려고 너를 앉고 떨어진 바람에 네 누나는 머리를 다쳐서 저렇게 되었고 너는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건강할 수 있었던 것이란다. 그때의 상황을 경임이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경임이가 울면서 하는 말이 ‘경철이가 떨어지려고 해서 내가 붙잡았다’고 울먹거리더라. 만일 경임이가 너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너는 아마 이 세상 사람이 아니거나 네 누나보다도 더 바보가 되었을 것이다.”
어머니의 말은 들은 경철이는 지금까지 창피했던 누나가 자랑스러웠고 그 후로는 누나를 아끼고 보호해 주면서 살았다.
우리들은 늘 누군가의 희생에 의해 오늘 하루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