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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의 지렛대무당파는 어디로..

 

주간조선 1999. 11. 11. 

 

정당 지지율보다 높은 41% 차지호감도는 국민회의 한나라당 자민련 순

정당별 지지성향출신지역 판별분석 결과 국민회의 38% 한나라당 37% 자민련 25%

 

새로운 천년의 문턱인 2000년의 16대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정치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은 별로 나아지는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정당지지도 조사에서도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무당파의 비율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최근까지 3050%를 차지하며 도무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들 무당파의 향배는 각 정당의 내년 총선 승패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 주간조선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 앤 리서치(대표 노규형)와 공동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 무당파의 과거 정당지지 경향 등을 통해 이들의 정치적 특성을 심층분석했다. 전국의 20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지난 1027일에 실시됐으며 최대허용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4.4%.

 

무당파는 인천경기 및 영남권에 특히 많아

이번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명 중 2(41.4%)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대답해, 무당파의 수는 현존하는 어느 정당의 지지자보다도 많았다.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회의가 33.2%, 한나라당 21.7%, 자민련은 3.6%의 순이었다. 무당파는 지역별로는 인천경기(51.3%), 부산경남(46.6%), 대구경북(46.1%) 등에서 특히 많았으며, 광주전라(26.5%)에서 가장 적었다. 그리고 대도시(34.4%), 중소도시(47.2%), 군지역(53.3%) 등 도시지역일수록 무당파의 비율이 적었다. 연령별로는 20(35.9%)에서 무당파가 가장 적었고, 50대 이상(46.4%)에서 가장 많았다. 직업별로는 그다지 차이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대학생(34.9%)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학력별로는 중졸 이하(47.1%), 고졸(40.9%), 대학 이상(37.4%) 등 저학력층일수록 무당파가 많았다. 또 월평균 가구소득 100만 원 미만에서 44.6%로 가장 많았지만, 소득 수준별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러한 무당파의 인구통계적 분포에서는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첫째는 정치적 무관심층의 주류가 2030대에서 4050대로 옮겨가면서 전 연령층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하고 있다는 점. 고연령층의 투표참여율이 저 연령층보다 항상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무당파의 투표행태도 적극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무당파의 정치적 영향력도 과거보다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지역, 연령, 학력 등에서 국민회의 지지율이 적은 층일수록 무당파가 많다는 점이다. 즉 영남권, 50대 이상, 중졸 이하 등은 다른 계층보다 국민회의 지지율이 가장 낮으면서 무당파의 비율은 가장 높다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 이들에게서 구여권의 지지율이 높았던 점을 생각하면, 구여권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현재에는 지지할 정당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리서치 앤 리서치가 지난해 4월 이후 최근까지 총 16번에 걸쳐 실시한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무당파의 비율이 30% 이하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4050%8번으로 가장 많았으며, 3040%6, 50% 이상도 2번이나 있었다. 현 정권의 출범 직후인 984월에는 무당파의 비율이 34.9%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지만, 지난 8월에는 유권자의 절반 이상인 50.7%로 증가했다.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도 비슷한 추세였다. 현 정권 출범 직전인 9712월에는 무당파의 비율이 19.2%에 불과했지만, 984월에는 37.8%로 넉 달만에 두 배나 증가하더니, 가장 최근인 지난 9월에는 52.4%로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를 기록했다.

 

과거 지지한 정당은 한나라당이 가장 많아

구 여권 지지자들의 상당수가 무당파로 변모한 것은 무당파에게 한나라당, 국민회의, 자민련 중에서 약간이라도 좋아했던 정당은 어느 당인가라는 문항의 응답결과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질문에 무당파들은 한나라당 30.8%, 국민회의 17.9%, 자민련 2.4%의 순으로 대답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다가 무당파로 돌아섰다는 사람들은 영남권에서 많았다. 부산경남 및 대구경북에서 각각 45.1%36.8%로 나타났다. 지난 96년 총선에서 무당파가 어느 정당 소속의 후보를 찍었는지를 살펴본 결과에서도 무당파의 상당수가 구 여권 지지자들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무당파들이 지난 9615대 총선에서 투표한 후보의 정당은 신한국당이 38.0%로 가장 많았고, 국민회의 15.8%, 자민련 6.8%, 기타 정당 4.8% 등의 순이었다. 나머지는 기권 및 투표권 없었음17.4%, ‘모름무응답17.3%였다.

 

15대 총선에서 특정 정당에 투표했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재 지지 정당을 물어본 결과도 역시 한나라당 투표자 중에서 무당파가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국당 투표자들 중에서 현재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비율은 39.9%에 그쳤으며, 절반 가량인 48.3%가 무당파로 변했다. 이에 비해 국민회의 투표자들은 71.9%가 지금도 국민회의를 지지하고 있으며, 무당파가 된 경우는 24.5%였다. 자민련 투표자들은 불과 19.9% 밖에 현재 자민련을 지지하고 있지 않으며, 35.5%가 무당파로 변신했다. 한편 무당파의 82.6%9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투표한 것으로 파악돼, 현재의 무당파가 투표까지 외면하는 극단적인 정치 무관심층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무당파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정당이 출현하거나, 현존하는 정당들이 이들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에 성공한다면 언제라도 정당 지지로 돌아설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무당파가 된 이유는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

무당파들의 대부분이 지난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했었다는 것은 이들도 과거에는 지지정당을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정치권에 대한 실망 때문에 무당파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은 무당파들에게 현재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이유를 직접적으로 물어본 결과에서 쉽게 확인됐다. 무당파 중에서 정치에 관심이 없어서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비율은 34.5%였으나, ‘현재의 정당들이 다 싫어서혹은 정치인들이 싸움만 해서란 응답이 64%로 훨씬 많았다.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34.5%의 무당파는 말 그대로 정치 무관심층으로서 앞으로의 선거에 참여할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존 정당에 대한 혐오감으로 무당파가 된 64%의 무당파는 선거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무당파 41.4% 중 정치 혐오감으로 무당파가 된 64%를 전체 유권자에 대한 비율로 환산하면 26.4%가 된다.

 

이들은 내년 선거에서 투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치권의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수치는 현재 국민회의 지지도 33.2%보다는 낮지만, 한나라당 지지도인 21.7%보다는 높기 때문에 이들의 표심에 따라 선거 결과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무당파 중에서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지지 정당이 없다는 비율은 부산경남(77.1%)과 서울 등 수도권(68%)에서 높은 편이며, 대전충청(25.8%)에서 매우 낮았다. 따라서 PK지역과 수도권의 무당파는 향후 선거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충청권의 무당파는 그다지 영향을 못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의 노력 여하에 따라 상당수의 무당파가 내년 총선에 참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은 정당보다는 인물을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무당파들은 인물(49.1%), 공약 내용(16.4%), 이념(16.3%), 경력(13.1%), 정당(2.7%), 지역연고(1.8%) 등의 순으로 후보 선택 기준을 꼽았기 때문이다. , 무당파에게 표를 얻기 위해서는 정당 깃발만 가지고는 어렵고 유능하고 참신한 인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 같다. 한편, 자신의 정치사회적 성향을 보수적’(52.5%)이라고 평가한 무당파의 비율은 진보적’(40.1%)이란 응답보다 약간 많았다. 이는 전체 유권자들의 평균치인 보수(51.1%)와 진보(43.0%)의 비율과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각 정당의 지지자별로는 정치사회적 성향이 조금씩 달랐다. 국민회의 지지자 중에는 진보(52.3%)가 보수(44.2%) 보다 많았지만, 한나라당 지지자는 보수(58.7%)가 진보(34.3%)에 비해 훨씬 많았다. 자민련 지지자들도 보수(51.5%)가 진보(42.2%)에 비해 많았다.

 

투표참여 많을수록 국민회의 손해’, 한나라 본전’, 자민련 이익

무당파의 과거 투표행태 등을 살펴본 결과, 이들의 상당수가 내년 총선에 참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이들이 내년 총선에서 과연 어느 정당을 지지할 것인지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궁금증을 풀어보고자 무당파만을 대상으로 그래도 약간이라도 호감이 가는 정당이 있는가라고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그 결과, 이 질문에서도 없다는 응답이 68.3%였으며 국민회의(14.5%), 한나라당(13.0%), 자민련(4.2%)의 순이었다. 이 같은 무당파의 정당 호감도를 전체 응답자들에게 물어본 단순 지지도에 합한 결과 정당별 지지도는 국민회의 39.3%, 한나라당 27.1%, 자민련 5.3%로 나타났다. 그러나 무당파는 13.1% 포인트가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28.3%나 됐다. 무당파의 숨은 지지도를 확인하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무당파를 성, 연령, 출신지(아버지 고향), 학력, 소득,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판별분석을 해보았다. 분석 결과, 무당파 중에서 국민회의 지지 성향은 38.4%, 한나라당 지지 성향은 36.9%로 분류되어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특이한 것은 자민련으로 분류된 무당파가 24.6%나 됐다는 점. 단순 지지도에서 자민련 지지율이 3.6%였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였다. 이는 무당파 중에서 자민련 지지 성향의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판별분석으로 분류한 무당파의 숨은 지지도역시 지역적으로 차이가 많았다. 부산경남과 대구경북의 무당파는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높았지만, 호남권의 무당파는 국민회의 지지성향이 높았다. 연령대별로는 40대 이하까지는 국민회의 지지성향이, 50대 이상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약간 더 높았다.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에서는 국민회의 지지성향이 높았고, 대학 이상의 고학력층에서는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약간 더 높았다. 이처럼 판별분석을 통한 무당파의 정당 지지성향을 단순 지지도와 합한 결과, 전체 유권자의 지지도는 국민회의 49.2%, 한나라당 37.0%, 자민련 13.8% 등의 순이었다.

 

단순 지지도에 비해 국민회의 16.0%, 한나라당 15.3%, 자민련 10.2% 포인트씩 지지도가 상승했다. 만약 41.4%에 달하는 무당파가 한 명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고 나머지 58.6%만 참여한다면, 각 정당의 지지도는 국민회의 56.7%, 한나라당 37.0%, 자민련 6.1%라고 가정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무당파가 투표에 많이 참여할수록 국민회의는 손해’, 한나라당은 본전’, 자민련은 이익이란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판별분석은 어디까지나 계량분석을 통한 ‘가정’ 일 따름이며, 여기서 구한 정당지지 성향이 선거에서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과거 선거에서도 판별분석을 통해 예측된 예상 득표수와 실제 선거결과가 달랐던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무당파, 즉 부동층들의 정당 지지성향을 억지로 계수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만, 현재로서는 무당파의 감춰진 정치성향을 엿보기 위해서는 판별분석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