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취
노점상이 얼마나 번다고…
한국일보 1999. 10. 27.
자릿세 명목 노점상 등쳐 1억 뜯어내
좌판 노점상을 등쳐 4년간 1억여 원을 뜯은 열쇠 수리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모(58․전과 18범)씨가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약령시장 내 인도에 알루미늄 새시로 만든 무허가 열쇠 수리점을 차린 것은 96년 6월. 하지만 이 씨에게 열쇠 수리점은 부업이었고, 주수입원은 점포 앞에서 홍화씨와 호박씨등을 파는 노점상 박모(38)씨 등 2명에게 돈을 뜯어내는 것이었다. 『열쇠수리점 영업에 방해가 된다』는 협박과 『장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해 주겠다』는 회유로 이른바 자릿세 명복이었다. 이 씨는 노점상들이 돈을 주지 않으면 좌판을 뒤집어엎기 일쑤였다. 96년 6월부터 99년 10월까지 이런 식으로 박 씨 등에게 1인당 매월 100만 원씩 총 1억여 원을 뜯었다. 추석 등 대목이 되면 그 액수는 더 커졌다.
박 씨는 『자릿세를 주지 않으면 이 씨가 좌판을 걷어차는 등 행패를 부렸다』며 『신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장사를 못하게 될 것 같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또 『겨울철에 손님이 없어도 요구하는 돈은 그대로여서 집에는 한 푼도 가져갈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약령시장 내의 노점은 600여 곳 이상. 노점상들에게는 자릿세 외에도 구청의 단속도 큰 두려움이다. 야채 노점을 운영하는 김 모(46․여․성북구 돈암동)씨는 『정해진 장소가 아니면 구청의 노점상 단속에 걸리는 것도 예사』라며 『이 씨가 단속도 빼 주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청량리경찰서는 26일 이 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이 씨 외에도 노점상을 상대로 자릿세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