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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두창

soulcs 2024. 7. 9.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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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불치병 공포

 

경향신문 1999. 9. 29. 

 

에이즈에볼라에 이은 재앙의 그림자’… 아프리카의 신종바이러스 원숭이 두창

에이즈와 에볼라에 이어 제3의 아프리카산() 바이러스가 세계 의학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앙아프리카 밀림지대인 콩고에서 처음 나타나 아프리카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원숭이두창(monkeypox). 원숭이나 다람쥐에서 병을 일으켰던 이 바이러스는 최근 인간에게도 전염되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인체 내 감염 경로가 미스터리에 싸여 있어 당분간 불치의 역병(疫病)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원숭이두창은 58년 원숭이의 몸에서 처음 발견됐다. 70년 콩고의 오지마을에 사는 주민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됐으나 당시에는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말라리아, 결핵, 수면병 등에 비해 증상이 약했고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이 바이러스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전염된 사실이 확인돼 과학자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원숭이두창이 인간에게 감염되면 천연두와 비슷한 증상을 일으킨다. 환자들은 고열과 발진에 시달리며 피부에 부스럼이 생기고 폐출혈을 일으켜 심한 경우 죽는다. 96년부터 3년 동안 원숭이두창 환자는 511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는 81년부터 5년 동안 338명의 환자가 발생한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증가한 것이다. 이들 환자는 10명 중 1명꼴로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전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처음에는 전체 환자의 4분의 1 정도가 사람에 의해 병이 옮겨졌으나 지금은 3분의 2가 사람에 의해 전염되고 있다.

 

미국 엠허스 트대의 폴 이월드 박사는 원숭이두창은 독성과 전염성이 모두 강해 에볼라나 한타바이러스보다 위험하다지금은 아프리카 밀림지대에 머물고 있지만 문명권으로 나올 경우 전염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마찬가지로 DNA 바이러스이다. DNA 바이러스는 에이즈나 인플루엔자와 같은 RNA 바이러스와 달리 세포 안에서 스스로 증식해 더욱 위험하다. 이 바이러스는 세포를 뚫고 지라, 골수, 림프절 등에 들어가 증식하며 혈액으로 방출되어 피부 깊숙한 곳까지 퍼진다. 상온에서는 몇 년간 병원성을 지닌 채 활동한다. 원숭이두창의 발병은 천연두 바이러스의 앞날도 바꾸고 있다. 인류는 이미 80년대에 천연두를 박멸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분자생물학자들이 천연두 바이러스가 어떻게 병을 일으키는지를 규명해 내기 전에 천연두가 지구상에서 사라졌다.

 

현재 천연두 바이러스는 미국 애틀랜타 질병연구센터와 시베리아지방에 있는 벡토르 연구소의 800개 유리관 속에 보관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96년 천연두 바이러스 샘플을 전량 폐기결의했으나 천연두가 생물학적 무기로 사용될 경우 연구재료로 이용해야 한다는 반대에 부닥쳐 일부를 남겨두게 된 것이다. 벡토르 실험실에서는 천연두와 원숭이두창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있다. 이 실험에 참여한 세르게이 스챌쿠노프는 천연두바이러스가 수천 년 전 원숭이두창의 조상에서 분리된 것을 확인했다따라서 현존하는 원숭이두창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병원성이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숭이두창의 백신 개발은 아직 초보적인 수준이다. 반면 콩고지역 내전이 계속되고 있어 중앙아프리카의 보건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인류가 20년 전 박멸된 천연두에 다시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