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일공동체
“현철 씨 당신 돈은 받을 수 없습니다… 우린 순수한 사랑을 원해요”
경향신문 1999. 8. 18.
다일공동체 헌납 5억 거부 ‘신선’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아들 현철(賢哲)씨가 대선자금 70억 원의 사회헌납 약속을 어기고 소액만을 사회봉사단체에 편법 기부하자 한 단체가 기부금 수령을 정면으로 거부했다. 사회봉사단체인 다일공동체 산하 다일복지재단(대표 최일도목사)은 17일 긴급이사회를 열어 현철 씨가 기부한 5억 원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재단대표 최목사는 『현철 씨가 보내온 5억 원은 출처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액수가 너무 많아 돌려주기로 했다』며 『현철씨 측에도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다일복지재단은 그러나 불우이웃을 위한 무료병원 건립을 위해 1 회원 1백만 원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과 관련해 1백만 원은 받기로 했다.
무료병원 건립 운동은 지금까지 3,716명이 동참해 37억여 원의 기금이 적립됐으며 오는 9월 착공할 예정이다. 다일복지재단의 한 관계자는 『문제의 돈이 대선자금으로 쓰고 남은 것인 데다 헌납의 배경이 정치적 목적이어서 애초부터 받을 수 없었다』며 『어제(16일)는 현철 씨 측에서 갑자기 찾아와 일방적으로 돈을 놓고 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다일공동체 인터넷 홈페이지(www.dail.org)의 자유게시판에는 회원들이 다투어 글을 올려 현철 씨 기부금을 거부할 것을 주장했다. 「다일웹지기」라는 회원은 『현철 씨가 돈을 보내온 시간은 16일 오후 5시 30분이나 언론에는 이미 그전에 발표됐다』며 『이는 현철 씨 측의 시나리오에 다일복지재단이 들러리 역할을 한 셈』이라고 분개했다.
「양승일」이라는 또 다른 회원은 『도적질 하거나 빼앗은 제물은 성전에 올리지 못하도록 돼 있다』면서 현철 씨의 기부금을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회원은 이날 오후 서울 청량리 다일복지재단으로 나와 『차라리 신창원의 돈을 받을지언정 현철 씨의 돈은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철 씨 측은 지난주 초 다일복지재단 등에 기부의사를 밝힐 때까지 신분을 숨기다 16일 변호인인 여상규(余尙奎) 변호사 사무실 관계자가 찾아가 돈을 내놓으며 기부자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당시 한국심장재단․한국복지재단․다일복지재단을 차례로 방문, 실무자를 만나 한빛은행 발행 1억 원짜리 수표 5장씩을 일방적으로 건네며『이 돈은 김현철 씨의 기부금』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심장재단은 현철 씨가 보낸 5억 원을 심장병 환자들의 진료비로 사용할 예정이며 한국복지재단은 다음 주쯤 열릴 이사회에서 기부금의 처리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