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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폐암여성 35% 남편 흡연

 

국민일보 1999. 8. 9. 

 

폐암환자의 검게 썩어버린 폐, 얼굴 전체에 암세포가 퍼져 눈 한쪽을 도려낸 환자의 얼굴, 버거병으로 발가락 두 개가 떨어져 나간 발, 그리고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남성” 술과 담배, 스트레스에 관한 보고서들 속에 간접흡연으로 인한 동반자살의 실체를 표현하는 말이다. 이들 보고서를 직접 읽거나 주위에서 흡연으로 인한 악성질병을 앓는 환자를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라고 권해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끔찍하고 충격적이었다”라고 입을 모은다. 간접흡연이 직접흡연 못지않게 해롭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간접흡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는 고사하고 그 심각성을 인식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4만 7천5백 명이 간접흡연에 의한 질병으로 사망함에 따라 간접흡연을 발암성 위험물질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 미국 환경위해평가국(OEHHA)이 작성한 간접흡연 보고서는 간접흡연이 폐암과 동맥경화심장질환 등의 직접적 원인이 됨은 물론 태아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며 유아(幼兒)의 돌연사까지 유발하는 등 직접흡연과 다름없는 피해를 유발한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게다가 임산부가 간접흡연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태아의 특정 면역세포가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켜 혈액암에 걸릴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새로운 보고서까지 발표되고 있는 실정.

 

미국 버몬트대 의대 소아과 전문의 배리 피네트 박사는 의학전문지 네이처메디신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통해 임신 중 지속적으로 간접흡연한 여성이 낳은 아기는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T세포가 유전적 돌연변이를 일으킬 위험성이 정상아에 비해 3배나 높다”라고 주장했다. 피네트 박사는 T세포의 유전자 변이는 백혈병 림프암 등 혈액암과 연관이 있는데 직접흡연이 아니라 간접흡연에 의해서도 이 같은 태아의 유전자변이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간접흡연의 폐해에 대한 경고는 국내에서도 일부 나오고 있다. 연세대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여성 폐암의 35%는 남편의 흡연 때문이다.

 

흡연 남편을 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폐암에 걸릴 확률이 1.9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지교수 팀은 최근 3년간 전국 공무원 및 사립학교 교직원 가운데 40세 이상 부부 26만 5천52쌍의 폐암 발생률을 분석했다. 이 조사결과 흡연 남편을 둔 여성의 경우 2백8명이 폐암에 걸린데 비해 그렇지 않은 여성은 112명만 폐암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흡연 남편을 둔 부인의 폐암발생률은 동거기간이 길수록 높아져 30년 이상 동거한 여성의 경우 폐암에 걸린 사람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2.7배나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남편의 흡연이 부인의 폐암발생에 끼친 위험도를 계산해 본 결과부인 폐암 발생의 35% 이상은 남편의 흡연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됐다.

 

지교수는 국내 여성 2277명이 폐암으로 사망한 지난 96년의 경우 남편이 담배를 피우지 않았더라면 8백 명가량의 여성 폐암환자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가정 내 흡연은 부인은 물론이고 자녀들의 건강에까지 매우 나쁜 영향을 끼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최근 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 김일순)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초등학교 2학년 남학생 6명 가운데 1명은 어른이 되면 담배를 피우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김 회장은 “이들 초등학생의 60% 이상이 과거 아버지의 담배 심부름을 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 부모의 가정 내 흡연이 아이들의 흡연욕구를 부추기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비흡연자도 담배연기가 자욱한 공간에 30분만 있으면 비타민C와 같은 항산화비타민의 혈중농도가 급격히 감소할뿐더러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저밀도콜레스테롤(LDL)의 양이 증가될 수 있다는 경고도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병원 티모쿠모시 박사팀의 연구결과다. 전문가들은 간접흡연의 경우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남이 피운 담배연기에 의해 억울한 피해를 보게 되므로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곳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다른 사람을 해치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따라서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흡연에 대해 까닭 없이 너그러운 우리 사회의 그릇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아울러 원치 않는 간접흡연에 노출되지 않도록 비흡연자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예컨대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에 규정된 공공장소에서의 금연규정과 대형건물에 흡연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규정 등 비흡연자 보호장치를 더욱 확대하고 동시에 이를 어겼을 경우 법집행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 금연운동가들의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박용주 건강증진과장은 “가정 내 흡연이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간접흡연의 피해를 직접 끼치는 어리석은 일이란 사실이 강조돼야 한다면서 흡연의 해악성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담뱃값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기금 기여금의 인상 등 지원대책도 하루빨리 시행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담뱃값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기금은 20개비당 2. 흡연자들에게만 부당하게 떠넘긴 교육세가 1천1백 원짜리 ‘디스기준 갑당 184원인 사실과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낮은 비율이다. 흡연으로 인한 수익금은 흡연자들의 건강증진 위해 사용돼야 한다.

 

담배 판매수익금이 직접 이해 당사자인 담배소비자, 즉 직간접 흡연자들의 건강피해를 예방하는 데 사용되기보다 엉뚱한 교욱비에 충당되는 것은 불합리하다. 박 과장은 “현재 20개비 기준 담배 갑당 건강증진기금 기여금을 8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수익금의 일부를 더 내놓아야 하는 담배제조 및 판매회사와 재정경제부의 반대가 심해 이미 지난 5월 입법예고까지 마친 관계법령(국민건강증진법시행령) 개정안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법령개정안은 현재 재경부의 국민건강증진기금 기여금 인상 반대로 법제처에서 석 달째 낮잠을 자고 있다. 금연운동가들은 담뱃값에 부과되는 건강증진기금 기여금을 하루빨리 올려 직간접흡연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줄이고, 흡연자에 대해 까닭 없이 너그러운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