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멸종위기동물 ‘불멸시대’ 온다
경향신문 1999. 7. 9.
유전공학 발달로 사라진 동물 되살릴 수도……
현대판 ‘노아의 방주’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미 ABC 방송은 7일 유전공학 기술을 이용해 멸종위기에 있는 야생동물들을 다시 번영시키려는 시도가 한창 실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구약 성서에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는 하나님이 대홍수를 통해 지상의 인간과 동물들을 멸종시키기 전에 선택된 ‘노아’라는 사람이 온갖 동물들을 짝지어 대피시키는 데 사용한 큰 배다. 현대판 ‘노아’인 셈인 미 텍사스대 듀앤 크레이머 박사는 성서에 나오는 것처럼 동물들을 짝지어 대피시키는 것은 아니지만 멸종위기에 있는 동물들의 체세포를 수집하고 있다. 크레이머 박사는 ‘이번 계획이 성공한다면 다음 세기 안에 멸종될 것으로 예상되는 2,000여 종의 야생동물들을 살려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연구팀이 모으고 있는 것을 이들 동물의 DNA를 비롯해 난자, 태반, 정액 등이다.
이 샘플들을 액화질소를 이용해 초저온 상태로 보관한 다음, 해당 동물이 멸종되기 직전에 꺼내 유전공학기법을 이용해 번식시킨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노아의 방주’ 계획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된 것은 현재 멸종해가고 있는 야생동물들이 갈수록 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고 생존능력이 저하되고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또 이들 동물을 억지로라도 번식시켜 놓으면 갈수록 균형을 잃어가고 있는 생태계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이 프로젝트의 중심 부분을 이루고 있다. 비슷한 시도들이 세계 각국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텍사스대 연구팀은 엄청난 연구비를 확보하고 있으며 따라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엔 2백만 달러 이상을 들여 애완용 강아지를 복제하는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강아지 하나 복제하는 데 이처럼 엄청난 연구비를 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단순히 애완동물 복제보다는 클로닝(유전자 재조합) 기술 전반에 향상이라는 측면을 강조하고 있다. ‘노아의 방주’ 팀은 현재 살아있는 동물의 세포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멀지 않아 죽은 동물의 세포를 살아있는 희귀 동물 세포핵에 이전해 생명체를 만들어낼 계획도 가지고 있다.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성공만 한다면 이미 멸종한 희귀 동물을 다시 살려내 동물원에서 보호하거나 야생으로 내보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연구팀은 주장한다. 크레이머 박사는 ‘이 계획이 성공한다고 해서 당장 공룡을 동물원에서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팬더곰과 같은 귀여운 동물을 오래오래 볼 수는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