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뭐든지 잘 먹으면 건강하다고요?
국민일보 1999. 6. 30.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닌 이상 매일 끼니마다 먹는 음식들을 꼬치꼬치 따지고 가리며 먹기란 매우 힘들다. 하지만 우리가 무심코 먹는 음식이 체질과의 궁합이나 조리법에 따라 약도 되고 독도 된다는 게 체질의학자들의 주장이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이 먹는 음식과 질병을 치료하는 약이 한 갈래에 있다(의식동원․醫食同源)’고 한다. 특히 혈당조절이 어려운 당뇨병 환자, 콩팥기능이 떨어져 온몸이 붓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는 신장병 환자, 가슴 통증이 자주 일어나는 심근경색증 환자, 복수가 차고 황달이 있는 간경변 환자 등은 매일 먹는 음식도 약을 복용하듯 가리고 따지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보통 사람들에게도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 하는 것은 건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독창적인 학설인 사상의학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선 체질에 맞게 음식을 가려먹고, 질병을 치료하는 데도 체질의 특성에 따라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는 이론이다. 분당차한방병원장 임준규 박사는 “사실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다 보면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먹는 경우도 많다”며 “이럴 땐 자신의 체질에 맞게 음식을 가리는 슬기도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음식도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만들어 먹는 슬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예를 들어보자. 몸이 왜소하고 성정이 꼼꼼한 사람은 돼지고기만 먹으면 설사를 한다. 반면 성정이 급하고 끈기가 부족한 사람들은 닭고기만 먹으면 소화가 안 되거나 몸에 부스럼이 잘 생긴다고 호소한다.
왜 그럴까. 돼지고기를 먹으면 배탈이 나고 설사를 하게 되는 체질은 비위(脾胃) 등 소화장기가 찬 데다 돼지고기의 차가운 성미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 때는 돼지고기를 조리할 때 생강즙으로 삶고, 마늘 고추 등 맵고 열이 많은 조미식품을 첨가해서 만들어 먹으면 배탈이나 설사를 예방할 수 있다. 약초로는 경동시장 같은 한약재시장에서 ‘부자’를 사다 같이 조리해도 좋다. 그러나 독성이 강한 부자를 사용할 땐 한의사와 상담한 다음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칫 잘못 사용하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일으켜 곤란을 겪을 수 있다.
또 닭고기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변이 고르지 못하며 두드러기, 발진 등이 나는 체질은 속에 열이 많은 데다 뜨거운 성미의 닭고기가 들어가기를 위로 솟구쳐 오르게 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 경우엔 닭고기를 조리할 때 가래나 노폐물을 없애주고 기를 내리는 효과가 있는 무를 넣고 고깃국을 끓이든지 무를 같이 많이 먹으면 닭고기의 해독을 물리칠 수 있다. 통닭가게에서 같이 내주는 무를 많이 먹는 것도 이런 체질의 사람에게 좋은 효과를 준다. 서울 대치동 광제국한의원 신민식 원장은 “한 두 가지 음식만 편식하게 되면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화를 당하기 쉽지만 음식궁합을 살려 여러 가지 재료로 조리하면 해독을 없앰은 물론 식생활만으로도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