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중․고생들 ‘음란의 바다’ 중독…
국민일보 1999. 5. 10.
인터넷인구 75% 음란물 중독
청소년이나 직장인들이 인터넷 PC통신 등 온라인망의 음란물에 중독돼 정상적 생활리듬을 잃고 학교나 직장생활은 뒷전이 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의 음란 사이트는 성인은 물론 접촉이 제한된 청소년들조차 손쉽게 찾아갈 수 있어 감수성이 예민한 청소년들을 ‘음란의 바다’로 빠져들게 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L 씨(44) 부부는 최근 외국 비디오를 보다가 낯 뜨거운 장면이 나오자 기겁을 했다. 중학생 아들이 충격을 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아들은 오히려 “아빠 엄마, 저런 건 아무것도 아녜요. PC통신에 들어가면 그보다 더한 게 많은데요”라며 짐짓 부모를 안심시키려 들었다. L 씨는 그 후로 아들 방에 있던 PC를 거실로 옮겨 아들이 공개된 장소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비상조치를 내렸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J 씨(34). 총각인 J 씨는 아침에 출근하면 인터넷메일을 체크한 다음 특별한 게 없으면 간밤에 ‘책갈피’에 갈무리해 둔 음란사이트부터 클릭한다. J 씨는 “심할 때는 사흘 밤낮으로 음란 사이트를 뒤지고 다녔다”며 “직장 일은 손도 대지 못해 상사로부터 꾸지람을 자주 들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노성호 박사가 98년 10~11월 청소년 6백49명과 성인 2백31명 등 8백8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뒤 결과를 분석, 9일 발표한 ‘컴퓨터 통신을 통한 음란물 접촉 실태와 대책’ 보고서는 온라인상의 음란물 접촉이 중독성이 강함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PC통신을 이용하는 청소년 중 65.5%, 인터넷을 이용하는 청소년 중 50.1%가 음란 사진 및 만화를 한번 이상 봤다고 응답했다.
또 PC통신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경우 1~2번 접촉한 사람이 1백21명(18.6%)인데 반해 11번 이상 접촉한 사람은 1백93명(29.7%)으로 반복적으로 계속 접촉한 비율이 훨씬 높게 나타났다. 인터넷 이용 청소년의 경우도 1~2번 이용한 사람은 9.6%에 불과했으나 11번 이상 이용한 사람은 24.2%에 달했다. 노박사는 “이런 결과는 PC통신과 인터넷상의 음란물 접촉이 중독성을 지니고 있으며 한번 접촉하면 장기간 지속적으로 접촉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도 국내의 인터넷 사용인구 5백만 명 가운데 15%인 75만 명이 음란 사이트에 중독된 계층이며 이중 10만 명이 중․고교생으로 추산돼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 청소년의 46․8%가 PC통신이나 인터넷에서 불법음란물 구입을 권유하는 전자우편을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청소년의 59.3%, 부모의 25.8%는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고작 8%만이 실제로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청소년의 23.8%가 청소년에게 접근이 제한돼 있는 성인정보 서비스에 접촉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성인정보 서비스 운영에 문제점을 노출했다. 음란물을 처음 접한 후의 느낌에 대해서는 청소년의 38.4%가 ‘흥미로웠다’ 25.4%가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14.7%가 ‘신기했다’고 응답했으며 ‘혐오감이 들었다(5.8%)’ ‘역겨웠다(7.4%)’는 등 부정적 반응은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