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일본 ‘東亞 경찰’로 ‘軍國’ 첫발
경향신문 1999. 4. 28.
미․일 방위협력지침법안 통과의미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관련 3개 법안의 중의원 통과로 일본은 2차 대전 후 지켜온 평화헌법을 사실상 포기하고 일본 내 우익이 염원해 온「정상적 군사국가」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와 함께 주변지역 분쟁에 대한 군사개입의 길을 터놓음으로써 일본은 앞으로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함께 미군의 보조자로서 동아시아의 「지역 경찰」 역할을 떠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통과된 3개 법안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주변사태법안」으로 주변지역 분쟁에 대한 일본의 군사개입 범위를 당초 계획보다 훨씬 넓혔다. 당초 자민당 측의 원안은 「일본의 평화와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태」에 한해서 미군 후방지원 등 일본의 군사개입을 가능토록 했다. 그러나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는 「그대로 방치할 경우 일본에 대한 직접무력공격에 이를 우려가 있는 사태 등」도 「주변사태」로 추가돼 군사개입의 범위를 넓혔다. 이에 따라 법안이 확정될 경우 일본군의 활동 범위는 한반도와 대만 등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처럼 군사개입의 범위가 당초 계획보다 넓어진 것은 자민당이 연립 여당의 일원인 자유당 측의 주장을 수용한 때문으로 일본 내에서는 자민당이 정권 안보를 위해 평화헌법을 유린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자유당은 또 당초 원안에 있던 「유엔안보리의 결의」 부분을 삭제, 일본군이 임의로 선박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요구했으나 연립여당의 일원인 공명당 측의 반대로 이 문제는 별도 입법키로 했다. 한편 자위대법 개정안은 이제까지 자위대 항공기로 제한한 긴급 시 재외일본인의 구출 수단을 군함 및 군함 탑재 헬리콥터로 확대하고 「합리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는 무기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미․일 물품․역무(役務) 상호제공협정(ACSA) 개정안은 적용 범위를 「평상시」에서「주변사태 시」로까지 확대했다. 이 법안들은 5월 중 참의원에 회부될 예정인데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일본의 참여로 군사 부담을 덜게 되며 일본은 그 대가로 군사대국의 길을 가게 되겠지만 중국 등 주변국들의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