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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최악 학교총격… 미대륙 ‘경악

 

조선일보 1999. 4. 22. 

 

20일 오전 11시 30분(현지시각)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턴시. 인구라 고해야 3만 5000명에 불과한 이곳 콜럼바인 고등학교에서 울린 총성과 폭발음이 소도시의 조용한 봄날을 찢어놓았다. 스키 마스크를 머리에 뒤집어쓴 검은 트렌치코트(벨트가 있는 레인코트) 차림의 괴한 2명이 학교주차장에서부터 반자동 소총을 연발로 쏴대며 학교 안으로 진입했다. 점심시간을 맞아 구내식당에 모여있던 학생들은 비명을 질러댔고, 학교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범인들은 교실과 도서관 등을 차례로 돌며 총을 쏘고 수류탄을 던졌다. 쇠파이프 모양의 폭탄도 던졌다. 유리문이 부서지고 벽에 구멍이 뚫렸다. 복도에 늘어선 학생들의 개인물품 보관함에서 총알이 튕겨 나오는 소리도 요란했다. 이 학교 학생 제이크 아피아카(16)처음에는 불꽃놀이라도 하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다른 학생은 범인들이 한 손에는 권총, 다른 손에는 반자동 소총을 들고 있었으며. 또 한 자루의총을 둘러메고 있었다고 전했다. 겁에 질린 학생들은 화장실 음악실 등에 숨었다.

 

책상과 사물함으로 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쌓기도 했다. 한 학생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친구와 함께 교실 옷장 안에 숨어있었다, 선생님도 함께 숨었다고 말했다. 일부 학생들은 숨어있는 곳에서 핸드폰으로 방송국과 집에 전화를 걸어 경찰에 연락이 안 된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피투성이가 된 학생 한 명은 2층 창문 밖에 매달려 있다 구조됐다. 몸에 폭탄 파편 조각이 9개나 박힌 여학생도 있었다. 범인들은 몸에도 폭발물을 두르고 있었다.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한 명은 이 학교 2학년 생, 또 다른 한 명은 중퇴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들이 일종의 자살 작전을 벌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범인들이 주로 운동선수나 흑인, 히스패닉계 등 소수민족 학생들을 골라 사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학생 웨스 래머스는 범인들이 운동하는 놈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 흑인들은 죽어야 한다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범인은 흑인 친구의 얼굴에 총을 쐈다고 전한 한 여학생은 내가 엉엉 울면서 살려달라고 빌자 총을 내 얼굴에 들이대더니 작년에 괴롭힘 당한 일을 잊지 못해 복수하는 것이라면서 킬킬댔다』고도했다.

 

학생들은 또 범인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총을 쏴댔다, 전혀 서두르지 않는 기색으로 여유 있게 걸어 다니며 총을 난사했다고 전했다. 범인들은 몇몇 학생들의 뒷머리를 쏘기도 했고, 책상 밑에 숨어있는 학생들까지 사살했다. CNN은 특히 10구의 시신이 발견된 도서관에서 즉결처형식 살인이 저질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무차별 총기난사는 6시간이 지나서야 진압됐다. SWAT(특별기동대)은 학교 내 폭발물이 설치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해 섣불리 교내로 진입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부상 학생들은 몇 시간씩 바닥에 누워 구조를 기다려야 했고, 숨어있는 학생들은 꼼짝할 수가 없었다시간이 흐르면서 학생들은 쓰러진 친구들의 시체를 넘어 피바다가 된 학교를 빠져나왔다. 범인과 학생들이 식별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은 양팔을 머리 뒤로 깍지 낀 채 하나씩 학교밖으로 걸어 나와야 했고, 한 사람씩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몸수색을 당했다.

 

공범으로 보이는 학생 한 명은 수류탄을 던지다 경찰의 사태진압 후 체포됐다. 검은 옷차림의 학생들은 따로 조사를 받았다. 가까이 있는 초등학교에 모여든 부모들은 자녀들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발을 동동 굴렀다. 살아서 만난 부모와 자녀들은 서로 얼싸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학교 운동장에는 속속 헬기가 착륙했고 소방차와 앰뷸런스 행렬이 이어졌다. 사망한 학생과 교사들은 모두 25, 부상자가 23명이었다. 스스로 입힌 총상 때문에 숨진 것으로 보이는 범인 2명의 시체는 도서관에서 발견됐고, 다른 1명은 체포됐다. 경찰은 이후 학교 주차장 차량 2대와 범인들의 집에서 사제폭탄을 찾아냈다. 사태가 완전히 진압된 것으로 보이는 밤 11시 급파된 FBI요원들이 학교 안을 수색하는 동안 학교건물 안에서 시한폭탄 1개가 터졌다. FBI요원들은 학교건물 곳곳에서 12개의 폭발물을 찾아냈고, 이 가운데는 부비트랩도 있었다. FBI요원들은 마치 학교전체가 지뢰밭 같았다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