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1조 원 특수 인터넷 PC게임방… 국세청도 인정한
이코노미스트 1999. 4. 27.
‘돈 되는 장사’
청소년 유해업소로 홀대받던 인터넷 PC게임방이 1조 원 특수(特需)를 만들어내는 ‘효자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전국적으로 5천여 개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PC․정보통신․가구․부동산업계를 먹여 살리는 것은 물론 실업자 구제에도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PC게임방의 오늘과 내일을 들여다봤다. 지난 3월 국세청은 인터넷 PC게임방의 표준소득률을 44%로 매긴다고 발표했다. 표준소득률이란 회계장부를 제대로 적을 능력이 없는 영세사업자에게 세금을 부과할 때 쓰는 기준자료. 국세청이 해마다 3월에 9백여 개 종목별로 소득률을 새로 매겨 고시한다. 국세청이 표준소득률을 매겼다는 것은 잠깐 반짝하다 사라지는 업종이 아니라는 의미다. 말하자면 국세청도 인정한 ‘돈 되는 장사’인 셈이다. 게다가 인터넷 PC게임방의 표준소득률이 이에 못지않게 잘 나가는 파이낸스업(29.7%)․스티커사진촬영기업(25.4%) 높게 정해진 것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그만큼 인터넷 PC게임방의 수익률이 높다는 반증이다.
국세청이 인터넷 PC게임방 사업자들을 표본 조사한 결과 이들은 매출액의 44% 정도를 남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세청도 알아주는(?) 인터넷 PC게임방은 미국 블리자드사가 개발한 전략시뮬레이션게임인 ‘스타크래프트’가 지난해 4월 나오면서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스타크래프트는 게임자와 컴퓨터가 대결을 벌이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접속해 있는 사람들끼리 싸우는 것. 기존 오락실 게임은 몇 번 하고 나면 쉽게 질리지만 스타크래프트는 할 때마다 다른 전술을 구사할 수 있어 중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매료시켰다. 스타크래프트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초만 해도 1백여 개에 불과하던 인터넷 PC게임방 수는 한 달에 4백~5백여 개씩 급증, 지금은 5천여 개가 난립하고 있다. 신촌․신림동․신촌․신림동․명륜동 같은 대학 가는 물론 중․고교 부근에서도 PC게임방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신촌로터리에서 연세대 입구까지 불과 5백여 m 도로변에 인터넷 PC게임방이 63개나 들어서 있을 정도다. 게다가 고령자 전용 인터넷 PC게임방도 등장했다. 서초구 반포동에 있는 ‘복지정보센터’는 여느 인터넷 PC게임방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이 인터넷을 배우고 게임도 즐긴다. 그런데 인터넷 PC게임방이 아이들의 입에까지 오르내리게 된 것은 폭발적인 증가세 때문만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뒤 바닥을 기고 있는 정보통신․PC․가구․부동산업계는 인터넷 PC게임방 붐 덕에 ‘탈출구’를 찾았다. 인터넷 PC게임방 하나 내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1억 원(25~30평․PC 30대 기준). 올말까지 1만여 개로 늘어난다면 줄잡아 1조 원 정도의 특수(特需)가 생기는 셈이다. 또 24시간 영업하기 때문에 직원을 3명 정도는 둔다고 보면 적어도 3만 명이 일자리를 얻게 된다.
불법 유흥업소 취급을 받던 인터넷 PC게임방이 산업연관 효과는 물론 고용창출 효과까지 큰 하나의 산업으로 몫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인터넷 PC게임방을 보는 정부의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무허가 단속을 벌였던 문화관광부는 지난 3월 27일 음반․비디오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개정안 시행령을 입법예고했다. 전자오락실로 허가받아야 했던 설움을 씻고 ‘멀티문화방’으로 거듭나게 된 것. 또 정보통신부도 지난 3월 9일 인터넷 PC게임방을 ‘인터넷 플라자’로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두 부처가 인터넷 PC게임방을 서로 자기 밑에 두려고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까지 보일 정도다. 물론 두 부처가 돈을 대주는 식의 ‘화끈한’ 지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시설 등에 관련된 규제를 풀겠다는 게 전부다. 그러나 인터넷 PC게임방업계에서는 규제가 사라지는 것만도 엄청난 특혜를 받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