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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판 마루타

 

뉴스플러스 1999. 3. 11.

 

에이즈 인체실험

2월 초 케냐 보건부와 에이즈 연구기관은 주목할만한 사실을 발표했다. 나이로비의 마젱고 슬럼지역에 사는 윤락여성 60명에게 에이즈 실험백신을 투여했으며, 이는 향후 500만 달러에 이르는 에이즈 백신 개발을 돕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또 이 여성들은 자발적으로 그 실험대상이 됐으며 이 시도로 케냐는 연구원들의 훈련과 연구소 건립, 백신기술 전수, 백신개발 뒤의 특별가격 등 여러 가지 의학적-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는 것. 문제의 백신은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개발 중인 것으로 유엔산하 세계보건기구(WHO)의 추천으로 케냐에서 실험되고 있다. ‘옥스퍼드-나이로비 국제 에이즈 백신 개발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옥스퍼드대학의 앤드루 맥마이클 수석연구원은 현재 나이로비에서 실험 중인 백신은 종래의 백신과 달리 에이즈바이러스의 DNA로부터 직접 채취, 개발한 새로운 백신이라고 말했다.

 

현재 에이즈는 아프리카 국가들에서 특별히 심각한 양상이다. 유엔인구기금에 따르면 15세 미만의 에이즈 인구가 아프리카에서만 800만 명을 헤아리며 2010년에는 40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 케냐의 사정도 마찬가지. 케냐 보건부 의정국장 줄리우스 메메 박사에 따르면 84년 에이즈 사망자가 공식 발표된 이후 지금까지 케냐에서만 5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현재 생존한 에이즈 환자도 150만 명을 넘는데, 심각한 것은 그중 70%가 1825세의 젊은이라는 사실. 게다가 케냐의 병원들에 입원 중인 성인환자의 5060%, 소아환자의 2030%가 에이즈 관련 질병을 앓고 있으며 작년 이 에이즈 관련 질병으로 25만 명이 사망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케냐의 신생아 가운데 30% 이상은 모체로부터 에이즈 양성인자를 받은 채 태어난다.

 

인도양에 접한 케냐의 몸바사 항구에서 나이로비와 캄팔라(우간다의 수도)를 거쳐 콩고로 이어지는 도로를 병리학자들은 에이즈 하이웨이라고 부를 정도다. 이 통계가 에이즈 백신개발의 시급성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검증되지 않은 인체실험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의문. 미국에서는 비활동성 HIV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사용하는 것이 불법이다. 케냐 보건부의 발표가 나가자마자 거센 반발이 나타났다. 여러 사람들과 단체들이 인체실험에 반대하는 글들을 신문지상에 발표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이 프로그램의 연구원이기도 한 나이로비 대학의 아촐라 교수는 이번에 사용된 백신은 비활동성 에이즈 바이러스로부터 추출된 극소량의 물질로 만들어졌고, 이는 인체의 항균능력을 높여 에이즈 바이러스를 죽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케냐에서는 일반적인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위한 백신까지 개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찬반양론이 어떠하건 문제의 백신은 이미 사람들 몸에 주입됐고, 이제는 그 효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 실정. 이번의 백신 연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에이즈 연구기관들이 평가할 예정인데 에이즈 백신을 맞은 인간 기니피그(Guinea pig실험대상)60명의 윤락여성들은 안정성검증위원회로부터 계속 안정성과 효과를 검증받게 된다. 케냐는 에이즈의 발상지로 알려진 동아프리카의 국가들 중에서도 에이즈 예방정책이 가장 뒤떨어진 나라. 80년대에 수많은 에이즈 환자가 발생했던 우간다와 탄자니아는 적시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예방교육을 실시, 큰 효과를 보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에이즈 발병률이 낮았던 케냐는 에이즈의 심각성을 경시했다가 지금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한 예로, 아직 일부다처제를 유지하는 데다 칼 한 자루로 온 부락의 남성과 여성에게 할례를 행하며, 아내를 친구들에게 부담 없이 양보하는 마사이 부족에 에이즈가 침입할 경우 그 가공할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극단적인 경우 부족 전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는 것. 이제 케냐는 에이즈에 관한 한 국제적으로 주목받게 됐다. 이번 에이즈 백신의 인체실험 결과에 따라 인류에 희망을 주는 국가가 되느냐, 아니면 경제적 이득에 홀려 채검증되지도 않은 백신으로 공공연히 인체실험이나 실시하는 반윤리적인 국가로 낙인찍히느냐의 기로에 놓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