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커피는 ‘마시는 비아그라’?
뉴스플러스 1999. 3. 4.
출근하자마자 따끈한 커피 한잔을 마셔야 하루 일과에 발동이 걸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1990년 미국의 디오크노 박사팀은 60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적 활동력에 관해 조사한 결과 하루에 적어도 한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성관계의 빈도가 높았으며, 커피를 마시는 남성이 발기력을 유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것은 커피의 약리학적 작용이라기보다는 커피 한잔을 할 때 얻는 마음의 여유와 정서적 안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커피는 문학과 예술, 사랑에 심취한 사람들에게 더없이 친한 친구로서 수세기 동안 가장 인기 있는 기호식품의 자리를 지켜왔다. 그러나 근래 들어서는 커피에 다량 함유된 카페인을 과다 섭취할 경우 심부전증 골다공증 위궤양 고혈압 같은 질병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계속돼 왔다. 카페인이 몸에 이롭지 않다는 것은 상식이지만, 지금도 커피업계에서는 카페인이 잠을 쫓고 학습능력과 운동능력을 향상하며 다이어트와 숙취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식으로 홍보한다.
정신항진제로서 카페인이 가진 약리적 효능만 부각시키려는 것이다. 커피 한잔에는 약 100mg의 카페인이 들어 있는데, 카페인은 아드레날린과 노아드레날린이라는 호르몬을 분비케 함으로써 뇌 심장 골격 근육 신장의 활동을 항진시켜 잠을 쫓고 운동능력을 올리는 인위적 효과를 내는 게 사실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카페인이 인체의 에너지 소비량을 증가시켜 비만을 방지하고, 알코올 때문에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촉진, 신장기능을 원활케 해 체외배출을 쉽게 해 준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카페인은 대뇌 중추신경의 작용을 활발하게 하고, 강심과 이뇨작용이 있어 편두통 신경통 천식 등의 치료약 성분으로 사용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하루 넉잔 이상의 커피를 마실 경우 카페인에 내성이 생겨 카페인 공급이 중단되면 두통 등의 금단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하버드대 연구팀은 카페인이 없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경우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저밀도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높게 나타났다는 임상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카페인이 없는 커피가 인체에 더 해롭다기보다는 커피로부터 카페인을 분리해 내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며, 따라서 카페인을 제거하는 새로운 방법이 개발돼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커피를 하루 한두잔 정도 마시는 것은 괜찮지만 3~5잔 이상의 많은 양을 섭취하면 사람에 따라 불안 불면 두통과 심장이 빨리 뛰는 등 심계항진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므로 최소한의 양을 가장 필요할 때 적절하게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불면증 위궤양 심장병이 있거나 임신 중일 때는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다. 일본의 한 대학 연구팀은 음주 후에 마시는 커피는 판단력을 저하시킨다면서 술 마신 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취기를 없애기 위해 마시는 커피가 오히려 사고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흡연과 알코올중독, 불규칙한 식사, 운동부족 등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복합된 상태에서 커피를 마실 경우 심부전증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흡연과 커피를 함께 즐기거나 심신이 불균형한 상태에서 커피를 많이 마시는 것을 자제하라고 당부했다. 고3 수험생으로부터 문의편지를 받은 적이 있다.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맑아지는 것 같아 저녁때 한두 잔씩 마시던 커피가 이제는 한 사발 정도는 마셔야 직성이 풀린다며, 커피를 너무 많이 마시면 성 신경쇠약증에 걸린다는 얘기를 듣고도 커피를 끊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커피에 과민하거나 과도한 양을 섭취하면 특히 신경이 날카로운 사람의 경우 카페인이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긴장감이 높아지므로 발기가 생각대로 되지 않거나 조루증세가 심해질 수 있다. 인간의 생체리듬을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화학적인 방법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은 현명한 태도가 아니다.